밤호박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참외 받침대 활용법
밤호박을 키울 때 참외 받침대를 활용하면 과실이 바닥에 직접 닿거나 줄기와 잎에 쓸려 상처가 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과실 아래에 받쳐 주는 일반적인 용도뿐 아니라, 밤호박과 잎자루 사이에 끼워 마찰을 줄이거나 그물에 밤호박이 눌리지 않도록 위치를 잡아주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밤호박에 받침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공중 재배를 하면서 과실이 그물 사이로 매달리면 받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다. 밤호박이 자라는 위치와 줄기, 잎의 방향을 살펴보고 필요한 곳에 받침대를 놓아주면 된다.
땅끝보배농원의 밤호박은 비닐하우스에서 공중 재배 방식으로 키운다. 노지에서 바닥을 기어가며 자라는 밤호박보다 비교적 깨끗하게 자란다. 밤호박이 알아서 그물 사이로 뿅~하고 내려와 기스없이 자라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농사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암꽃이 어디에 피었는지 살피고, 그 꽃에서 열매가 맺히면 적당한 위치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줄기를 그물에 유인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줄기를 그물에 유인하는 것이 아니다.
귀농하고 처음 밤호박 농사를 지을 때는 별생각 없이 줄기를 계속 그물 위로 올리고 집게로 고정했다. 몇 년 동안 밤호박을 키우며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니 조금씩 요령이 생겼다. 어디에서 열매가 맺힐지, 어느 방향으로 줄기를 보내야 열매가 그물 사이로 잘 빠져나올지 가늠해 보게 된 것이다.
크고 풍성한 잎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헷갈린다.
잎은 광합성을 통해 밤호박이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을 만든다. 그러니 잎이 넓고 푸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반갑다. 하지만 줄기와 잎자루, 잎맥에는 작고 뾰족한 가시가 있다. 하우스에서 일하다 보면 이 가시에 긁혀 팔에 상처가 나기도 한다. 사람 피부에도 상처가 나는데, 이제 막 연두빛을 띠며 자라나는 밤호박은 어떨까. 여린 껍질은 작은 마찰에도 쉽게 흔적을 남긴다. 특히 바람이 불어 잎이 슥슥 스치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상처가 생긴다.
그래서 대체로 바닥에서는 줄기를 짧게 유인하고, 그물 위에서 길게 유인한다. 그물 위에서 열매가 맺히면 그물 사이로 자연스럽게 빠져나와 주렁주렁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밤호박을 공중에 매달아 키우면 상처도 줄일 수 있다. 햇빛도 골고루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밤호박 심는 위치를 잘못 잡았다. 줄기를 바닥에서 길게 유인해야했고, 첫 과를 그물 아래쪽부터 매달았다.
하우스 한 동에서만 밤호박을 키우다 보니 하나씩 살필 여유는 있었다. 잎자루를 옆으로 밀어주기도 하고, 밤호박에 닿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처 살피지 못한 녀석들은 어쩔 수 없었다. 잎이 스친 흔적이 또렷하게 남았다. 이 녀석들은 가공하거나 내 뱃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보기에는 좋지 않을 뿐 맛은 똑같은데, 상품으로 내놓기 어려워 농장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조금만 일찍 알아차리고 자리를 잡아줬다면 누군가의 입속에 달콤함을 선물할 멋진 밤호박이 되었을 텐데.
귀농 초반에 상처난 밤호박이 많아 농부님이 찾아낸 방법이 '참외 받침대'였다.
원래 과실을 받치는 용도로 사용하는 자재지만, 밤호박을 키울 때는 조금 다르게 활용했다. 밤호박과 잎자루 사이에 받침대를 살짝 끼워주면 가시가 직접 닿는 것을 줄일 수 있었다. 그물에 바짝 붙어 자라는 밤호박이 그물에 눌리지 않도록 중간에 끼워주기도 했다.
올해는 이름 그대로 받침대로도 사용했다.
아래쪽에 암꽃을 남겨둔 탓에 바닥에 닿아 자라는 밤호박들이 있었다. 바닥에 닿은 부분이 노랗게 변하는 옐로우 마크가 생길 수도 있다. 골고루 햇빛을 받고 깨끗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받침대를 하나씩 놓았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받침대를 놓는 일은 귀찮기도 하다. 그래도 하나씩 밤호박의 위치를 살피며 제자리를 찾아주는 건 상처없이 키우기 위한 과정이다.
그물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받침대가 필요한 일은 줄어든다. 잎은 하늘을 향해 자라고 밤호박은 아래로 자라기 때문이다. 물론 위쪽이라고 늘 순조로운 건 아니다. 그물에 걸치거나 그물 사이에 끼인 채 자라는 녀석도 있다. 줄기 위치를 조정하거나, 과실이 아직 작을 때 움직일 공간을 살펴주면 그물 사이로 빠져나와 데롱데롱 매달리기도 한다.
하우스 네 동에서 모두 밤호박을 키우는 봄에는 이렇게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피기가 쉽지 않다. 올해 가을에는 하우스 한 동에만 밤호박을 심었기 때문에 가능한 여유로움이다.
암꽃이 어디에 피는지, 잎자루가 닿지는 않는지, 그물에 끼이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며 조금 더 손을 보태고 있다. 올해 가을 밤호박은 왠지 기대가 된다. 하나씩 살핀 만큼, 더 깨끗하고 멋진 밤호박을 수확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