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비상이야. 비상 걸렸어."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잠옷을 입고 있던 남편이었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 모습에 나는 놀라며 물어보았다.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어? 뭐라고? 집중 호우 때문에 비상이 걸린 거야?"
오늘 낮, 큰 애 하굣길에 쏟아져 내리던 비가 생각났다.
집중 호우 때문에 비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니야, 그거... 언론보도 때문에... 관련 부서랑 팀 전 직원 출근 명령이야."
남편 회사가 또 뒤집어졌다.
관련 부서전원에게 비상 출근 명령이 떨어졌다고 얘기하는 표정이 울상이었다.
"헉... 이 늦은 시간에 나가야 해?"
"그럼 나가야지. 서장님 명령 떨어졌어."
"알았어. 최대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러게... 그러면 좋을 텐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남편은 서둘러 나갔다.
우리는 또 기다리는, 남겨진 가족이 되었다.
이젠 몇 시에 퇴근하냐고 물어보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쳤고, 번개가 잠깐씩 번쩍였다.
민원 몇 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걱정하던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결국 일의 연장선은 끝이 없어 보였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아이들 곁에 누워봤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깼다가 다시 잠들어 봐도 바람에 흔들리는 바깥소리만 들려왔다.
남편의 기척은 느껴지질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남편은 다음 날에 들어왔다.
"몇 시야? 여보 미안한데 세탁한 거 건조기에 돌려야 해."
"응, 지금 거의 3시 다되어가."
정신이 헤롱거리는 사이 툭 튀어나온 말이 빨래 얘기였다.
간신히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서둘러 출근하는 남편의 얼굴이 잔뜩 부었다.
간밤에 잠을 설친 아이들까지 아빠 곁에 붙어 잠들려고 애를 썼으니 그럴만했다.
침대 하나에 세 식구가 엉겨 붙어 잠들어 있었다.
나도 눈을 겨우 비비며 간신히 달걀을 삶고, 고구마를 굽는데 시간이 모자랐다.
아침도 챙겨 먹지 못한 채 남편은 요구르트 몇 개만 들고나갔다.
회사 상황이 궁금하지만 다 물어보진 못했다.
괜히 스트레스받을까 봐.
그러면서도 걱정은 되는데, 오늘 분위기는 어떨까.
비도 오고, 집중호우가 계속되는데 여기저기 비상이다.
나는 창밖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오늘 밤도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