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초의 독서모임 순간.

혼자 읽는 일도 즐겁지만,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다.

byStarry Garden
내 생애 최초의 독서 모임 순간.


동생은 독립서점과 카페를 운영한다. 최근에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심야바카라방 바카라 읽는 모임>. 독서 모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기대만큼이나 모임을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자라났다. 거기다, 사람을 과연 모일까?라는 두려움이 커진다.


다행히 두 분이 참여하셨다. 어떤 바카라을 읽고, 생각을 나누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낙점된 바카라은 <인듀어런스>다(바카라에 대한 내용은 글로 조만간 내도록 하겠습니다). 당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나간 곳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계셨다.


자기소개를 했다. 나이, 이름 그리고 직업을 가린 채. 세 가지를 가리고 나니,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레 독서 모임에서 얻고 싶은 것, 가지고 온 바카라으로 이야기가 옮아 갔다. 모두 바카라 읽는 일을 좋아하지만,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독서 모임에서 바카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물론 나도 그 마음이 컸다.


동생을 포함한 세 분이 가져온 바카라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사랑 공부>, <더 셜리 클럽>. 아마 평소에 나였다면 전혀 고를 일 없는 바카라을 만났다. 간단하게 바카라을 가지고 온 이유를 말했다. 어떤 분은 이미 절반 정도 읽고 나오셨고, 흥미로운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신다. 어떤 분은 자신의 마음을 알고 싶어 이 바카라을 골랐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두 번을 실패한 바카라을 완독 하고 싶다며 가져오셨다.


이야기를 나누며 불편했다. 부르는 이름이 없어서였다. 바카라을 읽기 전 우리는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치열한 삶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가져오신 분은 베로니카.

<사랑 수업>를 가져온 동생은 쓰담.

<더 셜리 클럽>을 가져오신 분은 셜리.

<인듀어런스>를 가져온 나는 어니스트.


모두 바카라과 관련된 사람으로 이름을 정했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오직 여기에만 존재하는 이름과 정체성을 만들었다.


한 시간 남 짓. 온전히 바카라 읽기에 집중했다. 마음에 남은 문장을 적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다시 바카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바카라을 두고 서로 다른 관점을 내 보였다. 느낀 바를 나누며, 감동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순식간에 끝났다.


내 생애 최초의 독서 모임 순간이 끝났다.


혼자 읽는 일도 즐겁지만,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다.


일 년 성인 독서량은 4.5권이다. 바카라을 읽는 사람은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래도 꿋꿋이 바카라을 읽어 간다. 가끔은 멋진 문장을 만나면 나누고 싶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바카라 읽는 사람이 없어 혼자 필사하고 만다. 어떤 경우에는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시선을 알고 싶지만, 여전히 내 주위에는 바카라 읽는 사람이 없다.


바카라 읽으라고 권하면 자칫 꼰대로 몰리기도 한다. 요즘에는 유튜브도, 인스타도 있는데, 굳이 바카라을 읽을 필요도 없다는 말과 함께. 혼자만 읽은 바카라도 즐겁다 나누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내 생에 최초의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느끼는 날이 되었다.


서로 다른 시선을 교환하고, 내가 접하지 못하는 바카라을 안내받기도 한다. 내 시선은 넓어지고, 독서 이력이 다채로워진다. 다양한 글이 내 마음과 머리에 남게 되니, 마음마저 풍성해진다.


오늘도 설레는 한 주를 보내고 독서 모임을 기다린다. 지금까지 읽은 바카라에 대해 이야기할 즐거움을 기대하며 말이다.


내 생애 최초의 독서 모임 순간은 내 생애 최고의 독서 모임 순간이 되었다.



한 줄 요약: 혼자 읽는 일도 즐겁지만,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다.



P.S.

독서 모임을 하며 느낀 마음, 나누는 이야기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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