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카메라를 들고,
오래된 도시의 시간을 걷다

나오카 5th - 니코맷(Nikkormat)

byhongrang

https://omn.kr/2k5v1

가끔은 여행의 목적보다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가 더 재미있을 때가 있다. 이번 대전 여행이 그랬다. 자동차를 보러 떠난 길에서 나는 오래된 카메라와 함께 잠시 잊고 지냈던 나의 시간을 만났다.


오랫동안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카메라가 있다. 니콘의 오래된 필름카메라 니코맷(Nikkormat)이다. 정확하게는 1965년 출시된 초기 모델인 니코맷 FT. 지금으로부터 60년도 더 된 물건이다.


사실 오래된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모델이다. 니콘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카메라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니콘 F 마운트의 역사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바라보기만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무게 때문이었다.


어찌나 무거운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카메라가 부서질까 걱정하는 것보다 주변의 다른 물건들이 부서지지 않을까 염려해야 할 정도다. 묵직한 금속 덩어리라는 표현이 제법 잘 어울린다. 어딘가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상대편 물건의 안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은 단단함이 있다.


카메라의 무게가 약 745g이다. 그것도 렌즈를 제외한 몸체만의 무게다. 여기에 당시의 니코르(Nikkor) 50mm F1.4 렌즈를 장착하면 손에 쥐는 무게가 1kg 안팎에 이른다. 요즘의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한다면 선뜻 여행 가방에 넣기 어려운 무게다.


그렇기에 매번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한 번쯤 집어 들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내려놓곤 했다.


아마 이번에도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묘하다. 충분히 계획한 여행에는 이것저것 따지면서도 느닷없이 시작된 여행에는 그동안 망설였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번 대전 여행이 꼭 그랬다.


자동차를 보러 떠난 길에서 여행자가 되었다


한동안 잘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있었다. 생일선물로 받았던 자동차였으니 내게는 조금 특별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세월 앞에서는 아무리 애정을 가지고 관리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하나둘 손봐야 할 곳들이 생겨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수리비가 자동차 가격만큼 나올 것 같았다.


1998년식 자동차였으니 그동안 참 열심히 나의 발이 되어준 셈이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물건에는 이상한 애착이 생긴다. 자동차가 가진 성능이나 경제적인 가치와는 별개로 익숙해진 감각들이 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시야, 오래된 엔진이 내는 소리, 손에 익은 버튼의 위치까지. 오래 사용한 물건은 어느 순간부터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운 자동차를 알아보면서도 굳이 같은 차종을 찾았던 이유 역시 그런 익숙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리저리 중고차를 알아보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찾던 차종들이 희한하게도 대전에 모여 있었다. 그렇게 대전행이 결정되었다.


처음부터 여행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일정이 정해지고 나니 마음이 조금 들뜨기 시작했다.


안동에서 대전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지만, 굳이 대구를 경유하기로 했다. 안동에서 대구까지는 버스를 타고, 대구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이동 시간이나 효율을 생각하면 그다지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조금 여행자처럼 움직이고 싶었다. 버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일도 좋았고,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시간도 좋았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없으니 평소에는 번거롭게 느껴지던 환승조차 작은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대전에 도착하면 성심당에도 한번 들러볼까 하는 생각에 괜스레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짐을 꾸리던 중 자연스럽게 니코마트에 손이 갔다. 무거워서 늘 망설였던 카메라였는데 이번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가방에 넣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는 나 역시 조금 묵직하게, 서두르지 않고 움직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IE003683435_STD.jpg?20261012212057▲ Nikomat촬영 동대국역을 향해 가는 버스 창밖 풍경은 대구의 오랜 시장 칠성시장 고가교 © 이재필

니콘이라는 이름 옆에 존재했던 또 하나의 이름


니코맷는 니콘의 역사에서 조금 독특한 위치에 있는 카메라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니콘의 이름은 1948년 출시된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Nikon I’에서 이미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1959년 등장한 니콘 F는 일안반사식 카메라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그러니 니코맷는 니콘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이전의 카메라는 아니다. 오히려 니콘이라는 이름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가던 시기에 등장한 또 하나의 계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당시 니콘 F는 전문 사진가를 중심으로 높은 평가를 받던 카메라였다. 그러나 뛰어난 성능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니콘은 보다 폭넓은 사용자들이 자사의 교환식 렌즈와 정밀한 기계식 카메라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다.


그렇게 1965년 등장한 것이 니코맷 F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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