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글부터 못 쓰는 삶

그런 삶을 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최근 아프고 바쁘고 했다. 코로나로 착각할 만한 감기에 걸려서 한동안 빌빌댔으며, 정말 오래간만에 일이 좀 많아서 업무시간엔 정신없이 일만 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내 현재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으며, 그렇다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뭔가를 해낼 다짐을 할 에너지도 없었다. 그 결과.. 오늘이 되었고 오늘 나는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글 독촉 알림(?)을 받았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윽! 이 한 줄의 알림이 가슴에 와서 비수처럼 꽂혔다. 온라인카지노가 어떻게 알았지! 난 운동도 매일 못 해서 근육 따위 없는데. 이제 글 쓰는 근육마저 없는 걸 들켜 버렸네. 여하간 꽤 오랜 기간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지 못한 건 사실이다. 세이브해 둔 원고도 없다. 불과 한 달쯤 전에 세이브 원고를 두 개씩 쌓아놨던 걸 생각하면 황당할 지경이다.


왜 글을 못 쓰게 된 걸까. 사실 이유는 뻔하다. 첫 번째 문단에서 적었듯이 몸과 마음의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아플 때는 컴퓨터 앞에 앉을 생각을 아예 못했었고, 몸이 회복된 뒤에는 익숙하고도 낯선 우울이 찾아와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갑자기 내가 썼던 글들이 다 쓰레기처럼 보였고, 나는 세상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았고,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다는 내 바람은 지나가는 개도 비웃을 꿈처럼 느껴졌다. 자기혐오가 극에 달했고 주변의 그 어떤 사람(의사 선생님, 상담 선생님 포함)이 정면에서 부정해 주어도 도무지 와닿지가 않았다. '내 인생은 망했어요' 상담 선생님에게 단언하듯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앞에 기술한 상태를 극복했는가, 하면 전혀 아니다. 여전히 자기혐오의 수영장에서 열심히 헤엄치고 있다. 다만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런 끔찍한 나여도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어주며 글을 쓰게 해야만 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쓴다. 나는 어쨌든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은 사람이니까. 글을 써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내 글이 혐오스러워도 내 글이 같잖아 보여도 계속 써야 한다. 쓰다 보면 그 기분도 어느샌가 사라질 것이라는 걸 안다. 몸과 마음이 아프면 글 쓰는 것부터 멈추는 이런 습관은 가져다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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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Daria Kraplak



내가 최근에 푹 빠져 덕질하고 있는 드라마의 작가님 인터뷰를 봤다. 아직 성공한 작가가 아니기에 온라인 게임에 다니며 짬을 내서 글을 쓰고 있다는 작가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사실 기회가 오지 않아도, 지금 당장 읽고, 보고, 쓰지 않으면 못 견디겠으니 우리 모두 이 길을 걷고 있는 거 아닐까요. 오래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작가도 되고, 독자도 되고, 어떻게든 이야기 안에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같이 오래오래 견뎌보면 좋겠습니다."

이 말이 지금의 나에게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다(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스스로가 통탄스럽다). 그래. 나도 읽고 보고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니 아무리 괴로워도 읽고 쓰는 걸 멈추지 않으련다. 오래오래 견디다 보면 작가까지는 못 되어도 독자라도 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래서 이 글을 써 남겨 둔다. 앞뒤 하나도 안 맞고 주제도 없고 문장의 주술호응조차 안 되는 글이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쓰고 쓰고 또 쓸 것임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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