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를 참 좋아하시네요."
예전에 내가 참 자주 들었던 말이다.
여름이면 원피스를 즐겨 입었고, 봄이나 가을에는 카디건을 즐겨 입었다. 내가 입었던 옷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꽃들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 무쌍에 얼굴이 조금 심심하게 생겼다는 핑계로 화려한 꽃무늬 옷을 참 좋아했다.
그런데 결혼 후 옷장을 살펴보니 어느새 무늬 없는 무채색 옷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결혼식 이후 매년 3kg씩 차곡차곡 살이 찐 나는 어느덧 결혼 전보다 20kg이 늘어 있었다. 날카로웠던 인상도 동글동글하게 변했다. 그런 몸으로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자니 꽃들마저 통통해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무늬가 있는 옷을 피하게 되었다.
분기마다 옷장을 정리할 때면 화려했던 꽃무늬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그런데 기어코 아직도 옷장을 차지하고 있는 꽃무늬가 두 개 있다. 카디건과 원피스다. 생각해 보니 이 옷들을 입지 않은 지도 벌써 3년이 되어 간다. 내 옷장 비우기 기준에 따르면 2년 전에 이미 사라졌어야 할 옷들이지만, 이상하게 미련이 남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카디건은 "꽃무늬를 참 좋아하시네요."라는 말을 많이 듣게 해 준 옷이었다.
이제는 팔을 낄 때 조금 끼이는 느낌이 들고 겨드랑이가 아파오기도 한다. 그래서 입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원피스는 길이가 참 애매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종아리를 딱 가리는 그 애매한 길이가 나의 짧은 다리를 조금은 길어 보이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나의 허리를 잘록하게 "여기가 허리예요." 하고 알려주기도 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입어본 게 어느덧 3년 전이다.
원래는 비우는 게 맞는데, 한때는 좋아했던 것들이라 그런지 헌 옷수거함으로 보내는 것이 참 아깝다.
이제 저 꽃무늬들마저 보내주고 나면 내 옷장에는 더 이상 꽃무늬가 없다.
예전에는 옷을 사러 가면 화려한 옷들에 시선을 빼앗겼다. 화려한 꽃무늬, 짙은 파란색의 트렌치코트. 내가 어디에 있든 눈에 잘 띄는 그런 옷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무채색 옷을 고르게 된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옷.
언제부터였을까. 더 이상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진 건.
한때는 좋아했지만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아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 좋아했던 내 마음 때문일까. 아니면 이 옷을 입고 남편과 즐거웠던 데이트에 대한 추억 때문일까.
무채색 옷을 입고 공원을 걷는 데이트를 하더라도,
예전 그 꽃무늬를 입었을 때의 감정은 아니라는 점 때문일까.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 꽃무늬 옷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지금 내가 좋아하는 무채색 니트를 입었다.
그리고 외출하기 전, 두 벌의 옷을 헌 옷수거함에 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