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뒷바라지 언제까지

스스로 자문하기

by최명숙


어떤 물품이든 구입한 후 A/S 기간이 있다.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3년까지가 보통이다. 그렇다면 자녀에게는 A/S를 언제까지 해야 할까, 요즘 드는 생각이다. 물론 자녀를 어떻게 물품에 비유할 수 있으랴. 물품에 비유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자녀를 결혼시키고 나서도 끊임없이 조력을 하는 게 요즘 추세다 보니 드는 생각이다.


넉넉한 가정이 하는 것을 따르다 보니 그런 것인지, 무조건적인 부모의 내리사랑 때문에 그런 것인지, 젊은이들이 독자적으로 살기가 어려운 현실 때문에 그런 것인지, 이 모든 게 복합적이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무튼 노후 준비도 쉽지 않은데, 자녀들을 위해 끊임없이 조력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우리 집만 해도 삼십 후반을 훌쩍 넘기도록 결혼을 하지 않던 딸아이가 오 년 전에 결혼을 했다. 공부를 하느라 온라인 게임생활도 오래 하지 못했고,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도 계약직으로 다닌 탓에 결혼 준비금을 모아놓지 못했다. 혼사가 이루어진 것만도 다행스러워 소박하게나마 성의껏 준비해서 기쁜 마음으로 결혼을 시켰다.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던 게 순진한 것이었을까. 결혼하고 나자 구메구메 돈이 또 들어가기 시작했다. 함께 살 때는 일부러 챙기지 않고 밥이나 먹던 딸의 생일부터 사위 생일, 임신, 출산, 백일, 돌 등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정 부분에 힘을 보태려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물론 그 비용이 아깝다는 것은 아니다. 자식인데 무엇이 아까우랴.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다. 그렇다는 말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 집 경우만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도 그러하리라.


한 지인의 말을 빌리면, 출산 후 산후조리원비는 물론, 보약, 손주 백일, 돌, 어린이날, 유치원과 학교에 들어가면 축하금, 장난감 값, 등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단다. 결혼시키면 그때부터 시작이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웃었다. 심지어 집을 늘려 가면 거기에 또 힘을 보태줄 수 있으면 해야 된단다. 사후에 재산 남겨주는 것보다 필요할 때 조력하는 게 훨씬 낫다는 말도 했다. 살아있을 때 관계가 좋으려면 자녀들에게 아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의 마음이야 없는 것 있을 것 다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어떻게 보면 ‘희생’이 부모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을 때 누가 바카라임져주는가 하는 것이다. 자녀들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부모들도 노후를 위해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녀들에게 주기만 하면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삶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결혼을 시키면 그때부터 ‘희생’이라는 부모의 본질을 약간 뒤로 하고, 자녀들이 단단해지게 훈련하는 시간도 주는 게 어떨까. 부모들의 노후 준비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과거에는 대부분 결혼 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했던 것 같다. 오히려 부모님께 무엇이든 해드리려 애쓰고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도움받지 않고 사는 게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더 성숙해지고 독립적이 되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나이를 먹어 자녀들을 출가시키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한 입장에서 보면, 자녀에게 끊임없이 물질적으로 조력하는 요즘의 추세에, A/S를 언제까지 하나 자문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남들이야 어찌하든 간에, 결혼 후 3년까지라고 스스로 정해 본다.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만. 그러면 인색한 부모일까. 아무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