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니는 나한테 이렇게 당부하곤 했다.
"서양 사람들이랑 우리는 피부가 달라. 그 사람들이 테닝한다고 괜히 따라 하지 마. 우리 피부는 더 약하니까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선크림 꼭꼭 바르고 모자랑 선글라스 잘 쓰고."
버거씨랑 버거씨 어머니는 반대로 말했다.
"아시아인들에 비해 서양인들 피부는 햇빛에 더 약해서 선크림을 더 열심히 발라야 돼."
어느 쪽 말이 맞을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몰타에서 처음 며칠 동안 땡볕에서 열심히 물놀이를 했는데 피부가 새카맣게 탄 사람은 우리 네 명 중 나 한 사람뿐이었다. 그럼 나를 제외한 삼부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화상을 심하게 입었다. 나는 화상 전혀 없이 그냥 예쁘게 잘 탔다.
사실 우리 넷 중에 선크림을 가장 대충 바른 사람은 나였다. 얼굴 위주만 발랐고 몸은 잘 타는 어깨 맨 위에만 발랐으니까. 이 세 남자들은 물놀이 중 수시로 선크림을 얼굴 어깨 팔 등에 떡칠했는데 왜 저토록 화상을 입었지?
아무튼 등이 까져서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팔 어깨에 선크림을 바를 때도 아파서 서로 살살 발라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갸우뚱거리기만 했다.
버거씨는 나더러 축복받은 피부란다ㅋㅋ (태어나서 피부 칭찬 처음 들어봄) 자기는 잘 타지도 않고 이렇게 화상만 입는다고.
아무튼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서양인도 다 같지 않다는 사실. 태닝을 좋아하는 서양인들도 많지만 내 주변에는 이렇게 해를 무서워하는 서양인들이 아주 많다. (버거씨는 평소에도 얼굴과 목에 선크림을 아주 열심히 바른다.)
화상을 입은 삼부자는 며칠 동안 물놀이를 끊었고 하루에도 여러 번 알로에 수딩젤을 열심히 발라서 진정시켰다. 떠나기 전에 딱 한 번만 더 물놀이를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여행이 끝날 무렵 모래해변이 있는 바닷가에서 마지막 물놀이를 한번 더 했다. (여기도 어마어마하게 복잡했다.)
이날 버거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팔 레시가드를 입는 아시아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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