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낙엽 주우라고 했다 난.
"서진아 우리 학교 운동장에 낙엽 많이 있었니?"
"선생님 우리 나가요? 왜요? 낙엽 운동장에 많아요."
"야 이서진, 뻥치지 마 아침에 올 때 낙엽 없었어."
"야아 준서 너 때문에 밖에 안 나가면 바카라임져라."
그냥 운동장에 낙엽 많이 있었냐고 한 마디 물었을 뿐인데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운동화 갈아 신고 운동장에 이미 나가있었다. '애들이 이렇게 원하는데 그래 까짓 거 나가자. 뭐 무슨 일 생기겠어?' 선의와 다르게 흘러가는 일들이 많아서 사고가 나면 오롯이 바카라임을 지어야 하는 시스템 앞에 겁이 났지만 눈감고 나가기로 했다. 운동장으로 가봤지만 누군가가 깨끗이 쓸고 닦은 수고로움으로 낙엽을 만날 수가 없었다. 주차장 쪽에는 차들이 있어서 결국 바로 옆 공원으로 향했다.
키도 덩치도 산만한 아이들이 학교 코앞으로 소풍 간다고 어찌나 신나 하던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뒷산에서 미술작품 패턴에 활용할 색깔 있는 낙엽 3장을 주어오라는 미션이 떨어지자마자 도토리 찾으러 떠나는 다람쥐처럼 공원으로 모두 흩어졌다. 동작들이 어찌나 빠른지 공원 초입에 나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꼴이 우스웠다. 이게 바로 영크크와 늙크크의 스피드 차이구나. 영크크 중에서도 초등학생 영크크들의 스피드는 여간해서는 따라갈 수 없지만 혹여나 다칠까 봐 종종걸음으로 따라나섰다.
인간 다람쥐 같은 연우는 주머니에서 도토리를 한주먹 꺼내며 묻는다.
"선생님 이거 먹을 수 있는 거죠? 엄마 갖다 드릴래요."
"연우야 연우어머니는 얼마나 행복하실까? 아들이 이렇게 챙겨드리네. 기특하다. 진짜."
혹여나 연우가 엄마의 밥에 도토리를 넣을까 봐 그 정도의 지식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도토리 그냥 먹는 것 아니라고 신신당부해 줬다. 역시나 연우는 깊은 깨달음을 얻은 듯 알겠다고 하며 도토리를 꼭 씻어 먹겠다고 했다. 나머지는 연우 어머니께 맡기기로 하고 낙엽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찾아온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낙엽을 주우러 갔는데 아이들의 관심은 온통 자기들 닮은 귀여운 도토리에 집중되었다.
"선생님 도토리 모자가 있어요."
"선생님 도토리 모자 벗기니까 탈모예요."
"선생님 도토리 지금 까서 먹어도 돼요?"
"되겠냐?" 카리스마 최 선생의 한마디에 안된다고 확실히 알아듣고 먹기를 포기한다. 대체 왜 너희들은 먹는데 이토록 진심인 게냐? 난 낙엽을 찾으라고 했건만.
"자 잘 들어요. 도토리 그냥 먹으면 안 된다. 도토리 까서 말려서 가루로 내서 묵 쒀서 먹는 거야. 그냥 먹으면 떫어."
"다람쥐들은 그냥 먹잖아요?"
"다람쥐예요? 민수 다람쥐였어요?"
"아...! 난 사람이지!"
뭐냐. 이 대화의 흐름... 우리 분명 6학년인데 나름 똑소리 나게 토론도 하는데 왜 공원 다녀오니 온통 유치원생처럼 무해하게 변해버린 거니 너희들.
"다람쥐 여러분! 도토리 생으로 먹지 마세요! 오늘 수업 끝!"
분명 낙엽 주우러 갔는데 도토리에 홀딱 빠진 가을 어느 날 미술 수업을 끝마치고 재잘재잘 다람쥐들이 하교했다. 교실에 툭 털어져 있는 도토리 한 알이 데구루루 굴러간다.
<주워온 낙엽보며 가을 패턴 낙엽으로 우리반 멋진 가을 나무 완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