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계획서를 첨부하며
몇 년 전부터 누군가 회사를 떠나며 남기는 퇴사인사글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본보기 삼고 싶은 글은 저장해 두었고, 혹시 그들의 인사글 중에서 퇴사 후 계획에 대한 작은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몇 번씩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전 직원에게 띄운 편지에 구체적인 계획을 적은 분이 계셨다. 해산물 식당을 어느 동네에 오픈할 예정이며, 자신은 찾아오는 손님들의 '노예'가 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상호명도 잊히지 않는다. "ooo 박사"
회사를 떠나는 온라인 게임 동료가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글을 읽고, 나도 곧 같은 길을 떠나게 될 처지였으니 가볍게 보고 흘릴 내용은 아니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용기 있다, 식당 홍보글을 남기고 회사를 떠나다니, 한 번 찾아가 볼까, 아니야 어색할 것 같아...... 결국 동료가 오픈한 식당엔 가보지 못했다.
(네이버에 아무리 검색해도 그 식당은 나오지 않았다. 혹시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걸까. 행운을 빈다.)
나도 해산물 식당 홍보처럼, 퇴사 후 강연계획을 전 직원에게 알리는 것에 대해 꽤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퇴직인사 편지글에 붙임파일로 강의계획서를 첨부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그동안 출간했던 바카라 목록을 포함해서. 앞으로 전업작가이자 프리랜서 강사로 살아가려면 이만한 배포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보자기 펼치듯 내 미래계획을 전 직원에게 알리고 싶었다. 혹시 아는가?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주어, 그것이 새로운 인생을 펼치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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