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눈을 피했다

by소선
3화. 나는 자주 눈을 피했다.png




현관 센서등이 켜지는 타이밍은 늘 같지 않았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설 때, 불빛은 잠들어 있다가도 발끝의 무게를 알아채고 툭, 하고 깨어났다. 소선은 그 빛이 들어올 때마다 신발장 손잡이를 먼저 잡았다. 손잡이의 얇은 금속이 밤새 식은 온도를 손바닥에 남겼고, 그 냉기가 손가락을 곧게 세웠다.


서현은 현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운동화 끈을 묶고 있었다. 검은 끈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며 고무 신발코를 눌렀고, 그때마다 운동화가 바닥의 먼지를 조금씩 끌어당겼다. 서현이 끈을 한 번 당길 때마다 숨이 짧게 끊겼다. 소선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신발장 아래쪽 문을 열었다. 딱히 필요한 게 있어서 꺼내는 손놀림은 아니었다. 얇은 걸레를 꺼내 손바닥으로 한 번 펴고, 신발장 모서리를 문질렀다. 거친 합판의 결이 손끝을 긁었지만, 소선은 차라리 그 감각을 붙잡고 있었다.


서현이 고개를 들었다. 끈을 묶다 말고 시선이 올라오는 찰나였다. 눈동자가 마주치기 전에, 소선은 걸레 끝으로 모서리의 먼지를 한 번 더 훑었다. 먼지가 작은 회색 띠를 만들어 걸레에 들러붙었다. 서현의 기척이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가 멈췄고, 바닥에서 일어서는 운동화 밑창이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아빠.”


서현의 목소리는 작았는데, 현관은 유난히 소리가 잘 울렸다. 도어락의 플라스틱 판, 신발장 문, 우산꽂이의 빈 통이 가볍게 떨리며 그 한 음절을 받아냈다. 소선은 ‘응’ 하고 대답하는 대신, 신발장 안쪽의 좁은 틈에 걸레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손목이 꺾이고 손가락 마디가 서랍 레일에 스쳤다. 차갑고 매끈한 표면이 손등을 가볍게 베는 듯한 느낌을 남겼다.


서현은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가방끈을 어깨에 고쳐 매며 현관 거울을 잠깐 봤다. 거울 속에는 서현의 얼굴이 반쯤 걸려 있었다. 눈 밑이 조금 부어 있었다. 소선은 그 거울을 보지 않았다. 거울 바로 아래, 신발장 문짝에 남은 손자국 같은 얼룩만 쫓아갔다. 걸레가 지나가며 얼룩을 희미하게 지우는 동안, 서현의 발이 한 발 앞으로 나갔다.

현관문이 닫히고, 센서등이 조금 늦게 꺼졌다. 불빛이 사라지자 현관은 갑자기 좁게 느껴졌다. 소선은 걸레를 접어 쥐었다. 접힌 천에서 눅눅한 습기 냄새가 났다. 손바닥에 남은 금속의 냉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오래 붙어 있었다.


나는 자주 눈을 피했다.


식탁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국그릇에서 하얀 김이 올라왔다. 국물이 끓을 때 생긴 얇은 거품이 그릇 가장자리에 붙어 있었고, 숟가락이 닿으면 그 거품이 터지며 아주 작은 소리를 냈다. 서현이 의자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을 때 소선은 물컵을 들어 올렸다. 컵 겉면에 맺힌 물방울이 손가락 끝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테이블 위에 작은 원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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