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태기’를 잘 넘어야지

체력이 곧 실력

by데이지

수영하는 시간을 바꿨다. 새벽 수영을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더 이상 기상 알람 소리에 일어나지 않으며, 억지로 잠을 청하지도 않는다. 느릿느릿 몸의 긴장을 풀고 간단히 간식도 챙겨 먹은 다음 아침 9시 자유수영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 수영장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탈의실도, 샤워장도, 수영장도 낯설다. 내 루틴대로 자유형-배영-평영 순으로 25미터 레인을 왕복한다.


오래전부터 예고한 대로 내가 다니던 수영장이 3개월간 휴관에 들어갔다. 대대적인 보일러 공사 때문이라는데, 이참에 노후된 시설도 많이 손봤으면 좋겠다. 함께 수영하는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어렵다는 추첨과 선착순을 뚫고 비교적 가까운 수영장의 강습반과 자유반에 당첨된 친구들도 있고, 3개월간 헬스장에 가겠다는 친구도 있고, 자유수영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좀 더 먼 수영장으로 간 친구도 있고, 이참에 산에 오르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자유수영 파라 예전보다 먼 수영장에 다니고 있다.


딱 한 번, 함께 강습받은 친구들이랑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이전 수영장에서처럼 7시에 맞춰 운동하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에 다니느라 그 시간이 아니면 수영할 시간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미 습관으로 굳어져 그 시간이 편하다 했다. 나도 지난 1년여 그렇게 살아왔는데 최근 들어 몸이 안 좋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가을이 시작될 때부터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일교차가 심해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질 때면 여지없이 소화가 안 되거나 몸이 삐걱대는 느낌이 들었다. 스마트 워치는 매일매일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고 알림을 보내왔다.


어차피 수영 친구들이랑 만나기 힘드니 변화를 주기로 했다. 알람 없이 일어나면 많이 잘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수면 시간이 별로 늘진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잠들고 6시 반 경에 일어난다. 대신 수면의 질이 조금 나아졌다니 위안을 삼는다.


새벽수영이 힘들다며 이런저런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 지금 ‘수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한창 배울 땐 하루라도 수영강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울에서 약속이 있는 날에도 새벽수영을 하고 부랴부랴 시외버스에 오르곤 했다. 마치 ‘뽕’을 맞은 사람처럼 에너지가 넘쳤고, 주변 사람들에게 수영하라고 ‘전도’하고 다녔다. 수영만으론 부족하다고 아파트 헬스장에서 근육 운동도 보탰다. 1년 새 가장 잘한 일이 수영을 배운 거라고 자신 있게 얘기했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자유수영은 외롭다. 뭔가 늘고 있다는 확신이 없다. 되레 퇴행하는 것 같다. 곧잘 하던 배영이 삐뚤빼뚤 가는 통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 폼도 멋있게 잘하고 싶은데 나는 여전히 초급 레인에 머물러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쉼 없이 25미터 레인을 턴하며 움직이는데 나는 왕복도 못하고 헉헉댄다.


사실 다른 이유도 있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치과 진료가 장기화되면서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역대 최저를 기록할 만큼 몸무게가 줄었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덜 움직이니 악순환처럼 식욕도 나지 않았다. 힘이 없는데 수영이 즐거울 리가 없다.


아프지 않은 쪽으로 씹다 보니 무리가 왔고, 급기야 입이 잘 벌어지지 않을 만큼 턱관절에 문제가 생겼다. 뜨거운 타올로 찜질해 주지 않으면 더 굳어질 수 있다고 해서 아침저녁으로 턱관절을 달랜다. 처음엔 화들짝 놀랄 만큼 뜨거운데 차츰 뼛속까지 스미는 듯한 온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깟 치과 치료 좀 받는다고 이렇게까지 몸이 축날 일일까. 아, 이제 정말 섬세하게 돌봐야 하는 나이가 됐구나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다짐한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훅 늙겠어. 체력은 국력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오래오래 수영하려면 오늘도 내일도 건강해야 해, 힘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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