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고요? 원래 그런 거예요

진짜 PM으로 성장하기

by첼라

처음 PM(Project manager) 포지션을 제안받았을 때, 나는 거절을 했다. 오랜 기간 기획 PL로 자리 잡아 오면서 이제야 좀 업무를 하는 방법, 팀을 관리하는 방법을 조금 알 것 같은데 기획/디자인/개발 전체를 관리하는 PM이라니... 잘 해낼 자신이 없었던 마음이 절반,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절반이었다.


프로젝트 매니저인 사람들을 보면 주로 기획자 출신이거나 개발자 출신인 사람들이 많다. 연차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자기 분야에서의 연차가 높고,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사람이 PM 포지션을 맡게 된다. IT 프로젝트의 경우, 관리 측면에서는 실무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고 팀 리딩에 대한 노하우도 필요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순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의 마인드

처음 PM 포지션을 맡은 사람의 경우, 자신의 R&R을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일 실무를 담당해 처리하던 버릇이 있다 보니 갑자기 오늘 처리할 업무 없이 전체를 관리한다는 것이 어렵다기 보단 낯설다. 갑자기 아무 일도 안 하고 노는 사람 같기도 하고, 주변의 실무자들이 격무에 시달리며 와다다다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의무감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나 역시 첫 PM 직무를 맡았을 때는 그 혼동 때문에 꽤나 많은 실수를 했다. 기획자 출신이다 보니 하나하나 기획서를 다 까보고 글자 하나부터 서식한 줄 까지 참견을 하거나, 프로젝트에 발생한 문제를 내가 잘 아는 분야, 기획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는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그것이 정말 필요해서, 그렇게 해야만 해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게 내가 제일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에, 조금 더 솔직하게 답하자면 잘 모르는 디자인이나 개발에 해결점을 요청하기가 무섭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슨 말을 들을지, 내가 그 분야를 잘 모른다는 것을 들키기 싫었으니까.

처음에는 대충 그런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 것 같았는데 결국은 문제가 터졌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돌아보니 그냥 기획 PL 위의 또 다른 기획 PL이었다. 디자인 파트, 개발 파트는 같은 프로젝트 팀이 아니라 아예 다른 팀처럼 사이가 벌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기획 파트가 잘 관리되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실무자들은 힘에 부쳐했고, 결국 품질이 떨어지고 특정 파트의 편만 드는 피엠이 되어 파트 간 협업도 불편해졌다.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 진행해야 하는 최종 관리자가 가장 불편한 요소로 기능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그 어떤 팀원도 아니다

일단 본인의 경력을 좀 놓을 필요가 있다. 화려한 업무 실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본인의 욕심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프로젝트 팀 내의 모든 파트, 심지어 클라이언트까지도 PM에게 요구하는 것은 딱 3가지다.

조율, 해결, 진행

이 미션 수행을 위해서는 모든 팀의 상태와 문제점부터 파악을 해야 한다. 이것은 각 파트의 실무를 완벽하게 알아야 가능한 부분이 아니다. PM이 이전에 아무리 날고 기던 실무자였더라도 관리자가 되어 실무를 손에서 놓은 이상, 현재의 실무자보다 더 깊이 알 수는 없다. 실무 자체에 대한 관리는 파트별 리더에게 온전히 권한을 넘겨줄 필요가 있다. 결국 PM은 각 파트 외 존재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구의 편도 아니고, 어떤 파트의 리더도 아닌 팀의 리더로서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일을 하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찾아오는 의외의 문제가 찾아온다. 바로 외로움. 모든 파트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관리하다 보면 결국 PM은 나 홀로 파트로 존재하게 돼버린다. 한 번은 커피 쿠폰이 많아 각 파트별로 티타임 하시라고 리더들에게 나눠드린 적이 있다. 잠시 바카라상에 앉아 간단한 일을 정리하고 뒤를 돌아보니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다. 개인적으론 이때 재밌어 좀 웃었는데, PM이 되고 나서는 이런 상황이 많아졌다. 워킹타임에는 하루 종일 회의가 잡혀있어 모든 팀원이 퇴근한 후에나 자리에 돌아오기도 하고, 모든 파트가 동시에 주간회의를 가는 바람에 혼자인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사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관리 직바카라이라는 것 자체가 실무자에게 마냥 편한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부러 거리를 두기도 한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만 초반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무엇보다 적응이 되지 않았고, 어느 파트에라도 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은 프로젝트의 각 파트가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해진 시간, 필수적인 소통 외에 파트원이 PM을 찾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 프로젝트 진행 상태에 문제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어느 정도 적응은 되었지만 여전히 한 번씩은 외롭다. 그러면서도 외로워서 다행이다 하는 마음도 있으니, 이 정도면 이 PM이라는 직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