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말고, 남의 회사.
친구가 소개해준 홍대 근처에 위치한 사무실.
작은 규모의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곳.
집에서 거리는 좀 있었지만, 2호선만 타고 거꾸로 가기 때문에 출퇴근길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시간만 조금 오래 걸렸을 뿐.
나의 점심을 신경 써준다. 나와 비슷한 직급의 직원분이 프로젝트는 같이 하지 않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나의 적응을 도와준다. 오랜만에 느낀 작은 회사의 장점이자 따듯함이다.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직원은 나의 전 온라인 게임동료와 아는 사이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거의 십 년 만에 만난 전 온라인 게임동료와 셋이 둘러앉아 어색하게 점심도 먹었다. 그 사람은 벌써 사무실을 오픈해서 본인 일 을 하고 있다고 했다. 괜한 부러움이 밀려든다.
사장님은 처음 미팅때와 다른 느낌이다. 여자 사장님이라서 무언가 통하는 느낌일지도 모른겠다는 기대를 했었는데 말이다.
첫 미팅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있는 이유와 내가 그동안 했던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회사에서 진행했고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내가 회사 오픈 생각이 있다고 하니 좀 더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나누었다.
미팅 후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한 후엔 냉한 느낌이 많았다. 나도 회사를 오픈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시기라 내 멘토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잠시 품었을 정도였는데, 그녀는 내 멘토가 되어 줄 생각은 없었나 보다.
프로젝트 도서작업을 거의 통으로 나에게 다 맡겼다. 사장님이 직원 한 명과 디자인을 계속 바꾸며 회의를 했고 나에게 거의 통보하며 적용하라고 했다. 회의에 참여했다면 조금 더 쉽게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에게도 사정이 있겠지.
점심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지만, 하루 종일 혼자 작업을 하려니 목구멍에서 썩은 내가 나는 느낌이었다.
9시부터 6시까지 쉬지 않고 일만 하다 퇴근했다.
야근은 없는 분위기. 실로 다행이었다.
계약한 기간이 다 끝나가는데 계약 연장 이야기가 없었다. 점심식사를 하며 직원에게 물어보니 당연히 연장할 것 같다고 했지만, 마지막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아무 말도 안 해주는 걸 보면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음 프로젝트를 구했다.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 계약 연장을 해달라고 말씀하셨지만, 다음 프로젝트를 구했다고 하고 회사를 나왔다.
한동안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얼마 전, 인스타에서 내가 참여했던 건물이 준공되었다고 릴스로 내 알고리즘까지 점령했다. F1이 인기여서 그런가? 한 동안 인스타그램이 과거를 끌어다 주었다.
어디 보자, 그때 고민했던 것들이 적용되어 있나?
훔, 영상이라 확인이 안 되는 걸까. 그 고민들을 갈아엎어 다른 디자인이 탄생한 걸까?
어쩔 수 없지만, 조금 허무하기도 하고, 조금 뿌듯하기도 하다.
‘그 짧은 기간에 내가 한 일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라고 하면 서운 하다. 하지만 그러기도 어렵다는 것을 안다. 모든 프로젝트가 늘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 호흡의 일부, 그 작은 부분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을 텐데,
내가 하는 이 일이 의미 있는 일일까?
프리랜서를 시작하고 나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의미 없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