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밥 잘 먹을거야?

미리 기다리지 않는다.

by연하일휘

푸힝- 고개를 흔들며, 여러 차례 터뜨리는 재채기에 작은 몸이 휘청거린다. 가끔 누워있는 제 누나 얼굴께로 와 재채기를 할 때면 정체불명의 물방울 몇 개가 안경 위로 안착하곤 한다. 강아지의 재채기가 늘었다. 커진 종양이 한쪽 비강을 막은 탓이다. 젖은 얼굴을 닦아내며 작아져버린 몸을 쓰다듬는다. 쿰쿰한 냄새가 고소한 강아지 냄새를 뒤덮어버렸다. 코끝을 간질이며 천천히 몸 속으로 스며들다, 이내 혼잣말이 되어 툭 떨어진다.


알아요. 나도 다 안다구요.


"이거 치료가 아니잖아요."


선생님에게 혼이 난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항생제와 진통제 처방을 위해 들른 동물병원, 그곳에는 두 분의 수의사 선생님이 있다. 16년간 조로를 돌봐준 큰 원장님,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진료를 시작한 작은 원장님. 그날은 큰 원장님이 없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작은 원장님에게 진료를 받게 되었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길 수도 있고, 이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되는 처치가 아니에요."


입 밖으로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할 말이 없었다. 단지 그간 눌러두었던 감정이 조용히 방울지며, 눈물이 되어 흘러내릴 뿐이었다. 작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반려동물 치과 전문이라는 병원 하나를 추천받으며 그날의 진료가 끝이 났다.


조로는 멀미를 한다. 차를 태우고 이동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조금 먼 거리지만, 조로를 안고 치과 전문이라는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차분하게 처음 진단을 받았던 날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했다. 조로를 살피던 선생님의 입이 열렸다.


새로운 병원에서의 진료였지만, 돌아온 말은 익숙했다.


설명을 하면서도 이건 교과서적인 프로세스라는 것을 몇 번이나 강조하던 그 선생님은 그 뒤로 말을 덧붙였다.


"항암 치료가 기대 수명을 늘린다는 보장이 없어요. 오히려 더 줄어들 수도 있어요."


"사실은...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을...... 지켜볼 자신도 없어요."


"노견은 항암치료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뭐라 말할 수 없어요.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처치를 하면서, 호스피스를 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감사하다는 말과 고민해 보겠다는 말을 함께 남기며 병원을 나섰다. 이상한 일이다. 이번에는 진료를 받으며 울지 않았다. 다만 조로를 안고 병원 문을 나서며 그제야 뒤늦게 서러운 울음을 터트렸다. 다 알고 있던 내용이다. 이미 큰 원장님에게 설명을 듣고, 납득을 하고,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았던 사실이다.


나는 포기를 했었다. 조로의 치료를 포기했고, 기대를 내려놓았었다. 그럼에도 이젠 너무 약해져 버린, 가벼운 녀석을 안고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은 그 속에서 숨죽인 채 남아있던 희망이 새어 나온 탓이었다. 그뿐이다. 그저 다시 고개를 내밀었던 희망을 파묻기 위해 울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작은 원장님이 치과전문 병원 가보래서 다녀왔었어요."


다시 진료를 받는 날, 큰 원장님에게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원장님의 얼굴 위로 당혹스러움이 깔렸다. 위로를 건네려는 듯, 원장님의 입이 열리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덧붙였다.


"조로가 겉으로 보기에 건강해 보이니까, 작은 원장님도 답답했나 봐요."


소소한 이야기들로 그 뒤를 채웠다. 요즘 이 간식을 잘 먹고, 이 간식은 어떻겠냐는. 조로가 좋아할 만한 간식들을 잔뜩 카운터 위로 올렸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돈이라도 써야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의 내겐 위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단단하게 굳히기 위해, 감정을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알고 있어요.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어요.


짧게 반추를 하던 과거를 내려놓고 품에서 도망가는 조로의 뒤를 쫓는다. 냉장고 부근을 맴도는 녀석에게 간식 하나를 꺼내준다.


오늘은 밥 잘 먹을 거야?


이제는 들리지 않을 녀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내 목소리가 네게 닿는다면 좋겠는데. 마지막까지 사랑한다는 말이 너를 가득 채우기를 바라는데.


작은 캔 하나를 꾹꾹 으깨 사료 위로 올린다. 먹기 싫다며 고개를 돌리는 녀석에게 가장 좋아하는 습식 간식 하나를 먹여주며 달래 본다. 간간이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본다. 그래, 누나 여기 있어. 조금만 더 먹자.


시간을 가늠하지 않는다. 지금 너는 여전히 사랑을 달라며 품에 안기고, 쓰다듬을 요구 하며 간식을 좋아하는 너이니까. 사랑을 내려놓아야만 하는 때를, 미리 기다리지 않는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