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긍정

엄마는 할머니를, 그녀는 엄마를

by오르

후우. 그녀는 식당 문을 열기 전, 심호흡을 내뱉었다. 지난 주말은 엄마의 생신이었고, 가족 모두가 모이는 자리였다. 한 시간 전에 도착한 그녀는 식당 앞을 서성였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좁은 인도를 메웠다. '동네 맛집인가...' 여유 있게 예약석에서 한숨 돌리려던 그녀는 5분 전에야 자리를 인내받았다. 잠시 후 고막을 파고드는, 익숙하고도 높은 '솔'음의 목소리. "어머, 우리 딸! 오늘은 얼굴이 좋네! 저번에는 아주 홀쭉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엄마의 목소리는 언제나 청량하다. 딸과 사위, 손자를 마주하는 반가움이 참으로 한결같다. 그녀는 주변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달그락달그락 식기에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 위로 엄마의 목소리가 튀어나가고 있다. 옆 테이블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조금만 작게, 목소리를 낮추라는 말이 입술 근처에서 맴돌다 삼켜졌다.


일흔이 넘은 엄마는 그녀에게 다정했다. 하지만 마흔 넘은 딸은 마냥 살갑지 않았다. 엄마의 말속엔 그녀만이 해독할 수 있는 복잡한 암호들이 숨어 있었다. 엄마는 마치 그래야 한다는 듯 그녀를 마주하면 오랜 지인들의 소식을 전했다. 누구네 딸이 이번에 어느 회사에 들어갔다더라, 어디에 집을 샀다더라, 뒤늦게 공부해서 한의사가 됐다더라, 그 집 남편은 돈 잘 번다더라. "그래요? 잘됐네." 연예인 가십처럼 흘려듣고 무심하게 맞장구치면 되는데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감춰진 부러움과 질투, '너는 뭐 하고 있니?'라는 은근한 압박이 그녀를 안개처럼 무겁게 짓누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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