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외출과 사소한 이야기
나가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오늘의 나처럼.
완연한 가을이지만 여름처럼 더운 낮에는 가벼운 옷차림이 좋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원피스를 입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다.
이제 겨울이 오는가.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재채기 한번.
햇볕에 나가자마자 타들어가는 살갗이 아직 여름임을 느낀다.
항상 열기 두려운 것.
음식물 쓰레기 통에 담아 온 그것을 내어놓는다.
이미 지나간 사람이 두고 간 감자에서 하얀 생명체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구더기가 나올 때까지 둔 사람의 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서로 미루다가 끝내 나타난 구더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까.
그렇게 생겨난 구더기는 무리를 지어 이곳에 자리 잡았다.
새로운 먹이를 탐하며 만족감을 누리는 오동통한 구더기.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구더기로 압사당한다.
애초의 목적을 이룬 듯, 혹은 잃은 듯.
지금 온도에 적당한 원피스가 언제 추워질지 모르니까.
나는 지금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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