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바카라에서 자신에 대해 잘 알기위해, 개성을 갖기위해서는 곰곰히 생각해야만 알 수 있는 자문자답을 해야한다고 한다. 시시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답을 도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야하는 그야말로 자아발견을 위한 탐구다.스스로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 어쩌면 타인을 보는 것보다 어려운 과정이다.
난 뭘 좋아할까? 막막한 과제처럼 하루 종일 생각해 본다. 상당히 어렵다. 내 마음대로 정하는건데 뭐가 그리 어려운 걸까?
[취향상실 ->개성상실->자아상실]
비약일까?
생각보다 나는 나에 대해서 잘, 아니 아무것도 모르고 있구나. 나는 기호라는 것이 결여된 사람인건가?
스스로를 반성해본다
고심 끝에 쥐어짜 본 몇 가지 것들.
_
잔잔한 음악과 향기로운 커피
감성을 울리는 따뜻한 에세이 읽기, 같은 맥락으로 잔잔한 발라드 듣기
만화방에서 한가로이 만화보기, 꼭 사각사각 종이바카라이어야 한다.
맛있는 간식을 지닌 간단한 소풍
화창한 날 그늘에서 느끼는 바람과 녹음을 바라보는 것
활공하는 새들의 모습을 관찰
이국적인 건축과 낯선 거리를 배회하는 것, 지칠 때 즈음 카페에 들르기
너른 논이 펼쳐진 시골길을 창문 열고 드라이브하는 것
바다. 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는 것.
바닷가(바다와 엄연히 다르다), 모래사장과 그 깊이를 알아 볼 수 있는 얕은 물이 출렁거리는 것
_
"어떤 영화 좋아해요?" 대학교 때 이성간의 만남 시 단골 멘트였다.
혹은 애프터시에 같이 영화보러 갈래요? 라든지...
영화라...
그러고보니, 좋아하는 영화를 꼽는 것은 참 어렵다.
요즘은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즉시 얼마 안가 그 영화는 상영관에서 내려지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질테니.
내가 느끼기에 지금은 모든 것이 빠르다. 유행도, 흥행도, 이별도, 감정도.
꼭 인스턴트 삶 같다.
오전엔 슬픔의 나락에 빠져있다가도 저녁 땐 황홀의 춤을 출 수 있는 것이 오늘 날 삶의 스피드다.
그렇다고 그 순간이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다.
진실로 슬프고, 기쁘고, 화나고, 머릿속이 터질 정도로 복잡한 감정이 확 일어났다 연기처럼 사그라든다.
갑작스런 디지털세계로의 전환으로 내 삶은 무궁화를 타다 ktx로 옮겨 탄 것 같다. 가끔은 세상이 나의 속도에 비해 너무 빨리간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이유로 내게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 묻는다면 나는 오래된 영화를 뒤적거리게 된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클로져, 이프온리, 전부 20살 남짓 한 때 보던 영화들이다.
그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년기에 접어들었지만 내 기억속의 그들은 언제나 핫한 미남미녀들이다. 가끔 그들의 최신 근황이 나오면, '헐. 언제 이렇게 늙었지.? 브래드피트, 할아버지가 되었네.'
내 나이는 생각은 못하고 그렇게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그리고 또 금방 그들의 현재모습을 잊는다. 금발에 파란눈의 꽃미남으로 그의 모습은 다시 내 머릿속에 저장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취향.
취향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이는 요즈음이지만, 그럴 수록 개인의 취향은 몰락하고 대세의 취향만이 (조회수 좋아요수로 결정되는)횡행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어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