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너무다 쓸고 닦아샀치 말고 니 몸 애껴라잉.”
신혼 시절, 우리 집에 놀러 오신 할머니가 집안을 한 바퀴 둘러보시고는 가장 먼저 건네신 말씀입니다. “잘해놓고 산다”, “이렇게 잘 사는 걸 보니 흐뭇하다”라는 칭찬보다 먼저 터져 나온 걱정 섞인 애정이었지요.
티끌 하나 없이 반짝거리는 집을 보며 할머니는 예쁜 인테리어가 아니라, 그 공간을 만드느라 쉴 새 없이 꼼지락거렸을 손녀의 고단함을 먼저 떠올리셨던 겁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런 한도 없는 사랑'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받아본다면, 그 존재 자체가 삶의 단단한 의미로 남습니다. 덕분에 저는 '근차감(근거 있는 자신감)'이 차고 넘칩니다. 상처도 잘 받지 않습니다. 누군가 뒷말을 하거나 비난을 해도, 혹은 거절을 당해도 별다른 타격이 없습니다.
하물며 나 혼자 사랑하고, 아낌없이 다 퍼주고도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할 때조차 저는 그저 행복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 순수한 감정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대개는 부모님께 이런 사랑을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여전히 상처받은 '어른아이'들이 많지요.
무조건적인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든든하게 만드는지,
잠깐이라도 그 든든함을 온전히 품어본 사람은
남은 삶을 버텨낼 튼튼한 지지대를 하나쯤 마음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따스함을 수혈받은 사람은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랑받았다는 그 한 번의 기억만으로도
남은 삶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