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상
글을 쓰고 싶지가 않아 졌습니다.
위험한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무슨 사연인지 길거리서 대성통곡하는 여자,
큰 소리로 상스러운 말을 하며 껄껄대는 남자들.
절뚝이며 걸음을 옮기는 아저씨와
세월 따라 굽은 허리 지고 걷는 노인을 보고서...
연민인지
특권의식인지 모를
이상한 생각이 떠올라,
뽀얀 노트북 열어
가난은 지독함과 어울린다고
불행은 회색이라고
터벅터벅 적던 내가 떠올라...
혼란 섞인 부끄러움
조각조각난 신념들이 이상하게 섞여
무슨 감정인지 모르지만,
뽀얀 노트북을 그냥 덮고만 싶습니다.
나의 여행은 현실과 닮았고,
나의 일상은 이상과 닮았습니다.
여행에서 돌아 온
꿈같은 일상은
산바카라을 하다가도
빨래를 개다가도
출근 준비를 하다가도
떠오르는 문장들을 아껴 잡아
서둘러 옮겨 적는 나를 봅니다.
그들의 아픔을 알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나는 기분 나쁜 말로 상처를 받았다거나
가벼운 감기로 일과가 틀어졌다거나
스스로도 놀란 끔찍한 이기주의나
인생의 울적함에 대한 당황스러움.
깨달은 듯 오만했던 어떤 글에 대한 후회라던가...
그저 그런 소소하고 잘잘한
징징 거림이지요.
꼬질꼬질 구걸하던 후진국 소녀가
영문 모른 채 부러워진 선진국 어른
그렇지만 오늘 나는
나의 시가 아름답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가장 티가 나는 글을 씁니다.
함축적이기엔 드러내고 싶고
설명하기엔 부끄러운 글을 씁니다.
굳이 쓸데없이 솔직해져야 할...
나오려는 글 속에
내가 아닌 척
조용히 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