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클로닌

어딘가에 살고 있을 과거의 나에게

by지레인

어둑어둑한 장마철

기숙사로 올라가는 길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무섭다.


아플 만큼.

무섭다


살기 싫다.




옆 학교

성당으로 가는 길은

오래된 동네 느낌이 났다.


길가와 골목 사이

작고 낡은 가게들


학교 끝난 아이들의

종알종알 목소리와

질서 없이 널려있는

달착지근 군것질거리


집집마다 내놓은 의자에는

초점 없는 얼굴의 어르신들이

마른 다리를 모은 채 앉아 있었다.



...

그 길을 걸을 때면

우울한 기분에 휩싸였다.


천천히 저물어가는 동네

소소한 낮 풍경이

알 수 없이 싫었다.



스무 살,

가장 아름다워야 할 그때

나는 그랬다.


불안한 미래

맘에 들지 않는 나


계속해서 침잠하는

무거운 기분을 안고

어두운 세상 한 구석에서

몸을 떨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무얼 해야 하는지

입 밖으로 내기 힘든 질문을

속으로 삼키던 날들..


그때의 내가

안쓰러워

편지를 쓰고 싶다.


두 손을 꼭 잡고

웅크린 어깨를 감싸며


괜찮다고.

삶은 안전하다고.


때로는 세찬 바람

거침없이 흔들어도

어떤 날은 짙은 어둠

삼켜버릴 듯해도


그 생각과 감정은 네가 아니며

너는 그 보다 큰 존재이니


저항하지 말고

무시하지도 말고


마주하고 바라보고

흘려보내라고.

그렇게 해보자고...


그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에 모아졌다.


그녀와 나는

본래 하나였으니

우리는 함께 안고

과거와 지금을 치유한다.


"

두려움아, 여기로 올라오렴.

내가 너를 가만히 안아줄게.

숨을 깊이, 잠잠히 내쉬며

알 수 없음을 허용해 봐.


세상이 널 알아주지 않아도,

뭔가를 이루어내지 않아도,

정말로 괜찮아.


넌 그대로

너 자체로,

이미 충분한 사랑이니까.



안녕, 클로닌


너에게 닿고 싶어서_

너에게 가려고

글을 쓰고 있어


최고의 나를 만나고 싶어서

원하는 일을 찾으려고

방황하고 두려워하던 한참의 시간들


그런 후에야 알게 된

고요한 행복


지금 넌 얼마큼 믿을 수 있을까?


어쩌면 다시 말할 필요도 없고

말해줄 수도 없는 이야기를

나는 또 하고 있어


훵 뚫린 듯 막막하고

살아갈 자신 없어 울적한 날이면

짧고도 긴 시간 지나

한결 편안해진 내가


미소 지어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 주길.


클로닌,

함께 있을게.


찾을 때면 언제나.


살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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