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겨울의 초대, 하프트 쿨 일곱 호수를 걷다

설산과 협곡 사이, 고요한 일곱 개의 빛을 따라

by파르밧




타지키스탄 판산(Fann Mountain)은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의 숨은 비경지다. 하늘이 호수에 담긴 곳, 에메랄드빛 호수와 설산의 조화, 7개의 호수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야생과 순수한 자연앞에 서면 행복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른다. 5,000m가 넘는 봉우리가 12개나 있고. 4,000m가 넘는 산이 무수히 많다. 고원의 빙하가 흘러 호수를 이룬다.







타지키스탄 판산(Fann Mountain)의 상징

아름다운 7개의 호수, 하프트 쿨(Haft Kul)

사라즘(Sarazm) 고대 세계문화유산, 판자켄트(panjakent)



판산(Fann Mountain)은 타지키스탄 숨겨진 비경의 산군이다. 서쪽 싱 계곡(Sing Vally) 협곡에 7개의 호수가 있다. 하프트 쿨(Haft Kul)은 타지크어로 ‘일곱 개의 호수‘를 뜻한다. 오랜 지진으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했고, 그 잔해가 싱 강(shing River)을 막으면서 호수가 형성되었다.


파미르-알라이 산맥에는 5,000m가 넘는 봉우리가 12개나 있고 4,000m급 넘는 산도 수없이 이어진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치마타가(Chimatarga, 5,489m)이다. 고원의 빙하가 흘러 만들어진 호수들, 눈부신 하늘과 녹색의 고산 호수는 판산의 가장큰 매력이다.


하프트 쿨(Haft Kul)을 방문하기 좋은 시기는 6월에서 9월 중순이다. 11월부터 4월까지는 눈이 내려 도로 통행이 어려울 수 있다. 겨울에는 하프트 쿨을 오가는 차량이 거의없다. 산악 지형의 마을이라 4륜구동 차량이 필요하다.


호텔 매니저의 도움으로 차량을 구할 수 있었다. ‘도이치’를 소개 받았다. 시즌에는 홈스테이를 운영하며 겨울에는 판지켄트에서 지낸다고 했다.


판지켄트(Panjakent)에서 시내를 벗어나니 설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1시간 30분을 달려 비포장길에 접어들고, 점점 협곡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체크 포스트에 멈춰 신분증을 확인한다.


1번 호수부터 마지막 7번 호수까지 총 15km 구간. 산허리를 따라 고도를 올리며 걷는 길이라 7시간이 소요된다. ‘도이치’는 첫 번째 호수에서 차를 멈췄다. 그의 집은 4번 호수 근처에 있었다. 차를 타고 숙소까지 갈것을 권했지만, 전 구간을 걸어보고 싶었다.



트레킹 정보

#1 미즈곤(Mijgon, 1,598m) -> #2 소야(Soya) -> #3 구스보르(Gusbor) -> #4 노핀(Nofin) -> #5 쿠르닥(Khurdak) -> #6 마르구조르(MarGuzor) -> #7 하조르차즈마(Hazorchazma, 2,400m)

총 15km / 고도차 760m / 약 7시간


[추천]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1번 부터 7번 호수까지 도보 이동을 추천한다. 트래킹 후 6번 호수에서 숙소까지 차량 픽업을 요청할 수 있다.


코스 소개

전체 15km구간은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여유롭게 걷고 싶다면 차량으로 5번 마을까지 이동한 뒤 시작하기도 한다. 협곡을 따라 마을이 이어지고, 마지막 호수로 갈수록 고도는 점점 높아진다. 나무가 거의 없는 흙산이 바람이 많고 건조하다.


가장 북쪽의 미즈곤 호수에서 시작된 길은 소야, 구스보르, 노핀, 쿠르닥, 마르구조르를 따라 일곱 번째 하로즈치즈마에 닿는다.


마지막 호수에 이르기 위해서는 가파른 고개를 넘어야 한다. 타바상 고개(Tavasang Pass)를 오르면 반대편 판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방목중인 염소와 양 떼를 자주 만나게 된다. 평화로운 마을 사람들과 마주칠 때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어디에서 머물 수 있을까?

마을의 홈스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중간 지점인 노핀과 쿠루닥 호수 주변에 여행자 숙소가 있다.

① 노핀 : Jumaboy Guesthouse

② 쿠르닥 : Homestay Mijgon (숙박 + 저녁 + 아침 포함 약 $20/1인, 2023년 기준)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로, 나무 침대와 따뜻한 현지식을 제공한다. 마트가 없기 때문에 판지켄트에서 충분한 음료와 간식을 준비하면 좋다. 전력은 제한적으로 공급된다.

하프트 쿨 지역은 흙과 바위가 흘러내린 지형이 많아 캠핑이 쉽지 않다. 다만 마지막 호수 주변으로 초원이 펼쳐져 있어 캠핑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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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

고요한 산골 마을을 걷는다. 바람 소리만 흐르고 세상에 홀로 남은 정적이 감돈다. 나무 사이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수줍게 인사를 건네듯 숨어 있다.

"안녕 나의 친구야!"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도망가던 아이는. 어느새 친구들과 함께 뛰어나와 나를 반겨준다.

"아살람." (안녕하세요)

오른손을 가슴 위에 얹는 인사,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따뜻한 방식이다.

뜻하지 않게 유명인사가 되었다. 수업도 잠시 지켜보고 떠나려니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추위로 볼이 붉어진 아이들. 갈라진 입술이 마음에 남는다. 가지고 있던 립밥을 건넨다. 함께 사진을 찍고, 웃는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만난 해맑은 미소. 여행자는 지금, 행복하다.


일곱 개의 호수에는 각각 애칭이 있다. 검은색부터 에메랄드빛까지, 색과 형태가 모두 다르다



일곱 개의 호수


#1 미즈곤(Mijgon, 1,630m) - “손눈썹”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호수다. 산에서 무너져 내린 바위들이 쌓이며 호수 사이에 경계를 만들었다. 타지크 어로 “속눈썹”을 뜻한다. 완만하게 굽이친 호수는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깊은 청록색, 파란색, 때로는 보라색을 띈다. 물속 미네랄(나트룸 및 칼슘) 함량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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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야 호수(Soya, 1,701m) - “그림자”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두 번째 소야가 모습을 드러낸다. 협곡의 그늘에 가려 있는 작은 호수다. 이름처럼 “그림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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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스보르(Gusbor, 1,771m) - “민첩함”

소야에서 400m 떨어져 있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호수로, 뱀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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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핀(Nofin : 1,820m) - “탯줄”

호수 끝에 파드루드(Padrud)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가파른 언덕 위로 집들이 층층이 들어서 있다.

노핀 호수는 길이 약 2.5km, 폭 200m로 길게 이어져 있다. ‘탯줄’이라는 이름처럼 일곱 개의 호수 가운데 중심을 이루는 호수다,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물속에는 바위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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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쿠르닥(Khurdak, 1,870m) - “아기”

“아기”를 의미하는 호수다. 노핀에서 쿠르닥까지는 1.5km. 겨울의 건조한 기후로 물이 줄어 바닥이 드러난다. 파드루드 마을을 지나면 쿠르다 호수가 나타난다. 이곳에는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작은 수력 발전소가 있다. 여름이 되면 싱 강을 따라 수량이 크게 늘어난다.

‘도이치’가 알려준대로 숙소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작은 냇가를 건너 대문을 들어서니 마당에 차량이 서있다. 돌을 쌓은 단 위에 지어진 2층 구조의 집이다. 주변의 흙집들과 달리 여행자를 위해 잘 정돈되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따뜻한 온기가 감돈다. 나를 위해 미리 난로에 불을 지펴두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난로 곁에 앉아 몸을 녹인다. 인터넷이 되지 않아도 세상의 소식이 궁금하지 않다. 지루함도 없다.

가족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다. 지금은 판지켄트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어, 동네 아주머니가 대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빵과 양고기 스프가 저녁으로 차려졌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몸과 마음이 함께 풀어진다. 편안한 아날로그의 시간이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남은 구간을 걸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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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르구조르(Marguzor, 2,140m) - “꽃의 화원"

가장 크고 인상적인 호수다. 길이 약 2.7km, 최대 수심 45m에 이른다. 호수에 비친 산의 풍경은 웅장하게 펼쳐지며, 마치 테칼코마니처럼 또 하나의 세계르 만든다. 키오글리 마을(kiogli village)을 지나면 급경사 길이 이어지고. 무너진 바위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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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조르차즈마(Hazirchashma : 2.400m) - “천 개의 샘”

싱 강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다. 이름처럼 “천 개의 샘”을 의미한다.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전체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고산 식물로 뒤덮인 넓은 초원, 동물들이 오르내린 흔적, 간간이 보이는 움막과 캠핑 흔적들, 이곳에서 도로는 끝난다. 그 너머로 더 깊은 판산이 이어진다.

초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바람은 햇살을 머금고 물 위를 스친다. 삶의 상념들이 조용히 떠오른다. 세상의 외딴 곳에서, 비로소 나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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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주의사항

판산 깊숙한 곳까지 이어 걷는 트레킹은 비상 상황 시 도움을 받기 어렵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날씨 변화도 급격하다. 단독 산행은 피하고, 반드시 비상 장비를 준비해야한다. 가능하다면 산악가이드와 함께 안전한 트레킹을 즐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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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에서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실크로드의 흔적을 따라 이어진 여정,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끝이 없다. 오랜 동안 고립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나는 나의 여행을 여행을 사랑한다.

순백의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진짜 행복을 만난다.

눈 덮인 겨울 오지로 향하는 이유이다.



글. 사진 파르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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