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속 상사의 언어로 일해라.

조직에서 내 성과를 온전히 인정받고 빠르게 살아남는 치트키

by커리어 노트


"팀장님, 이번에 새로 기획한 캠페인 말입니다. 생성형 AI 검색 알고리즘과 타겟팅 세그먼트 디테일을 파고들어서 유입 피드를 스케일업했고, 리타겟팅 소스의 효율적인 인덱싱을 구축해서 성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아네, 수고 많았네요. 그러니까... 유입이 잘 나왔다는 소리죠?"


실무자 시절, 나는 내 지식의 깊이를 자랑하고 싶어 보고서를 온갖 전문 용어로 가득 채우곤 했다. 장황하고 복잡하게 설명해야 내가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리더가 알아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더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으면 속으로는 '공부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팀장이 어떻게 이걸 모를 수 있지?' 하며 리더의 자질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조직의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는 주니어 시절의 섣부른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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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내 성과를 온전히 인정받고 빠르게 살아남는 치트키는 명확하다.

내 역량을 과시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내 '직속 상사'에게 철저하게 맞춰서 일하는 것이다. 리더는 매일 수많은 보고를 받고 거시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있다. 실무자보다 더 상세한 현장의 내용과 기술을 세세하게 알기는 어렵다. 모든 영역에 완벽한 전문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권자를 이해시키지 못하는 보고서는 조직 안에서 소리 없이 증발한다. 만약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를 잔뜩 늘어놓아 상사를 100% 이해시키지 못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리 중요한 주제라도 그 상사는 그룹의 더 윗상사에게 보고할 때 그 내용을 아예 빼놓고 보고하게 된다.


"김 팀장, 저번에 말한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나?" "아, 부사장님. 그건 실무자 선에서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가벼운 이슈입니다. 다음 안건 보시죠."


본인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 방어할 수 없는 내용은 보고 라인에서 본능적으로 삭제해 버리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 나중에 조직의 운명을 가를 만큼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었을지라도, 당장 기술적인 이야기만 잔뜩 들어놓다 보니 중요하지 않다고 짐작해 버리는 비극이 생긴다. 결국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맥락을 상사의 언어로 잘 풀어내어 머릿속에 넣어주는 것이 내 성과를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다.


특히 일잘러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다. 아무리 어려운 중간 과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만 보고하고 끝내는 경향이 있다. 리더는 당신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마주했던 수많은 변수와 복잡했던 극복 과정을 일일이 알지 못한다. 결과뿐만 아니라 중간 과정에서의 치열했던 어려움과 리스크를 어떻게 돌파했는지 보고 시 영리하게 어필해야 한다.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상사 입장에서 "생각보다 쉽게 끝난 일인가 보네"라며 그 가치를 반토막 내어 평가하기 쉽다. 과정이 증명되지 않은 성과는 절반만 인정받을 뿐이다.


똑같은 성과를 보고하더라도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와닿는 강도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린다. 장황한 텍스트나 숫자 데이터의 나열 대신 성과를 직관적인 그래프로 보여주거나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으로 증명해야 한다. 예컨대 내가 진행한 광고가 실제 생성형 AI 검색 결과에 노출되었다면, 알고리즘 유입 데이터 백 줄보다 생성형 AI 화면에 우리 브랜드가 노출된 화면을 캡처해서 보고서에 딱 박아 넣는 것이 훨씬 강렬하게 와닿는다. 광고 소재 중 가장 효율이 좋았던 것을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재의 특징을 텍스트로 구구절절 나열하기보다, 실제 집행된 이미지나 영상 소재를 화면에 직접 띄워 놓고 비교하며 설명하는 것이 상사의 고개를 가장 빠르게 끄덕이게 만드는 방법이다.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부사장님과 식사를 하며 온라인 게임생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성공하는 비결이요? 아주 단순합니다. 내 직속 상사에게 철저하게 맞춰서 보고를 하고, 그에게 맞춰서 일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예상 외의 답변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정답이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기획통 출신의 상사를 모실 때는 기술 전문 용어를 완전히 걷어 내야 한다. 대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해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결정을 받아낼 수 있다. 반대로 기술 전문가 출신의 상사를 만났을 때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 기술을 공부해 상사의 눈높이를 맞추는 한편, 그 상사가 취약한 기획이나 경영 전략 측면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어야 대체 불가능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상사의 성향과 무기를 파악하고, 그 상사가 가장 편해하는 방식으로 판을 짜주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리더의 전문성을 탓하며 나만의 언어를 고집하는 실무자는 결코 조직의 중심에 서지 못한다. 내 눈앞에 앉아 있는 직속 상사를 관찰하고, 그의 언어에 나를 맞추며, 그가 내 성과를 들고 더 높은 곳에 가서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도록 가장 쉬운 무기를 쥐여주는 것. 그것이 조직 안에서 내 가치를 증명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일잘러들의 진짜 소통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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