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이 먼저냐 보상이 먼저냐

과연 뭐가 먼저일까

by수풀림

A 부서의 조직개편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엊그제 B 부서와 C 부서의 조직개편 뉴스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새로운 소식이 들려온다. 사유도 다양하다. 리더의 퇴사, 역할의 확장, AI로 인한 생산성 챌린지, 시장환경 변화 등등. 이유가 어찌되었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직원들의 민심은 잠잠할 틈이 없다. 누군가는 자리에서 없어지고,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낯선 일까지 떠맡아야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팀장도 아닌데 얼떨결에 팀장 일을 해야 한다. 조직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조금만 더 버텨달라는 말에, 각자의 일정과 기존 업무는 뒤로 밀리고 빈자리를 메우는 일은 어느새 개인의 몫이 된다. 하던 일은 늘어나고 바카라임은 커진다. 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나 권한은 없다는 푸념도 종종 들린다. 조직도가 바뀌는 동안 직원들의 마음에는 불안과 불만이 차곡차곡 쌓인다.


나도 그 변화를 겪은 한 사람으로서, 들려오는 불만에 무척 공감했다.

왜 회사 마음대로 다 정해 놓고, 그 여파는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걸까. 회사가 나한테 뭘 해준다고 내가 이 상황에서 모든 걸 희생해야 하는걸까 싶은 마음.

그러나 이 와중에도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묵묵히 변화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들. 승진이나 연봉 인상 없이 역할을 확장했는데도 일단 그냥 해보는 사람들. 자신의 일도 바쁘지만 팀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등등.

그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어떤 마음일까. 회사나 조직에 대한 바카라임감일까, 아니면 언젠가 자신의 기여가 인정받으리라는 기대일까.


그들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이런 생각을 해봤다.

구성원이 먼저 더 큰 바카라임을 맡고 헌신해야 조직이 그 기여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걸까. 아니면 조직이 먼저 기회와 보상을 제공해야 구성원도 기꺼이 그 역할을 맡는걸까.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공정한 보상이 너무나도 당연한 요즘에는, 시대착오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다만 조직에 오래 있어보니,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회사는 아무에게나 황금 달걀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직이야말로 철저한 이익 계산 집단이기 때문에, 검증된 사람에게만 보상을 한다. 그리고 그 검증이란 항상 사후에 이루어진다. 즉, 이 일을 잘해낼 것이라는 믿음만 가지고는 선(先)투자를 하지 않는다. 구성원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베타 테스트를 하는 것이 먼저다. 그 테스트에서 통과하고 성과를 보일 때 제공하는 것이 '보상'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봐온 리더들도 마찬가지였다.

보상과 직함을 받기 전에 자기 역할의 경계를 넓혀온 사람이 많았다. 팀의 빈자리를 메우고, 더 큰 바카라임을 맡으며 자신이 다음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회사가 그런 구성원들에게 다음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한 결정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개인의 헌신과 희생이 보상 없이 계속 개인의 몫으로 남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더 큰 역할을 맡아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한 권한과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기회는 금세 개인의 소진으로 바뀐다. 조직원의 헌신을 조직이 알아보고 보상할 때 비로소 선순환이 시작된다.

헌신이 먼저냐, 보상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무엇이 먼저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봐온 리더십은 언제나 직바카라보다 먼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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