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러고 살아요. 감사편지 열일곱번째 . 이건 사위도 안 준다는데 저 의 드레스코드는 이랬 습니 다. 꽃무늬 화려한 몸빼바지(일명 일바지라고 하던가? ) 에 하얀 플리스 잠바 를 걸쳤습니 다. 몸빼바지에 딱 어울리는 꽃무늬 파란 장화를 장착하고, 자외선 완전 차단되는 챙 넓은 모자로 꽁꽁 동여매고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큼지막한 장바구니 하나 들고 깔깔대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쑥국타령이 2월 말부터 시작되었 지만 , 쌀쌀했던 봄날씨 탓에 내일 내일 미루다가 옆집부부와 함께 쑥을 캐서 돌아오는 중이었답니다. 돌담집 모퉁이를 돌아 나오다 보니 하원 중인 노란색 어린이집차량이 다가옵니다. 어! 익숙한 어린이집 이름 입니다. 저 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고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 창문이 스윽 내려오고 반가운 얼굴은 동그랗게 뜬 눈만 보였습니다. 한참 만에야 " 어머 원장님" "하하하! 나 이러고 살아요." 순간 '아차 이러는 게 맞나? 학부모님 앞에서.' " 원장님! 원장님 팔자가 최고네요!" 원생을 부모님께 인계하던 선생님도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차량에 탑승을 합니다. "원장님 이 동네에 사셨군요. 시내에 나오시면 꼭 전화 주세요. 식사 대접할게요" "네 그럴게요" 신나게 서로 두 손을 흔들고 헤어졌습니다.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봄나물들을 씻고 삶고 요리를 하다 보면 ' 이 쑥국 한 그릇 드시러 오라 할까? 머위나물 무친 거 한 통 담아서 갖다 드려? 아침마다 남편은 두릅을 따서 탁자에 올려둡니다. 한철 잠깐 맛볼 수 있기에 지퍼백에 차곡차곡 잘 담아 두다 보면 ' 이 두릅 드실 건지 연락해 볼까?' 오늘 첫 수확한 부추는 사위도 안 준다는데 전 부쳐서 한쪽 갖다 드려? 어린이집을 하면서 집밥을 준비해서 먹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무언가 새로운 음식이 준비되면 이분 생각이 납니다. 그렇게 생각만 무성하다가 오늘 하루도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그냥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 진* 어린이집 원장님. 날씨가 이젠 제법 더워졌어요. 딸기밭 견학은 다녀왔을 테고 봄소풍은 다녀왔나요? 어수선했을 신학기도 이젠 많이 안정되었겠지요. 많은 원장님들께서 신학기 신입원아가 없다고 걱정하시는 소릴 자주 듣습니다. "원장님. 내 말 좀 들어봐. 글쎄~~~~~~" "자기야. 어제는 아이가 혼자서 넘 어졌는데. 오늘 cctv 보러 오신다고 연락이 와서 오늘 모임엔 못 가게 되었네" 저에게 이런저런 하소연들을 하시는 걸 보면 아마 오랜 시간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동병상련의 맘으로 조금 더 공감하리라 생각하시는 거겠지요. 원장님! 제가 어린이집을 정리할 때 제 맘 토닥여주던 원장님이 생각나네요. 전복죽 한 그릇씩 앞에 두고 죽이 다 식어가도록 긴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 었지 요. 앞으로 무얼 하며 좀 더 보람된 삶을 살아갈 건지. 남아있는 삶에 대하여 서로 격려 를 아끼지 않았었지요. 원장님.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만날 때마다 물어보셨 어 요. 그래요. 일주일 중 2.3일은 이 모습으로 지내요. 요즘은 그래도 선 크림 진하게 바르고 모자는 꼭 눌러쓴답니다. 그리고 꿈꾸던 대로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자원봉사지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아! 그리고 'CTS 권사합창단원'이 되었어요. 우스갯소리로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그러나요? ㅎㅎ 원장님! 지나시는 길에 들리세요. 시원한 냉커피는 언제든 준비할 수 있답니다. 잠시 쉴 타임이 필요하시다면 그네에 앉아 쉬어 가시도록 마당 예쁘게 꾸며놓을게요. 저도 원장님 사 주시는 점심 먹고 싶을 때 연락드릴게요. 원장님! 오래도록 그곳에서 유아교육자로 살아내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024년 4월 19일 학상리에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