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를 왜 가니?”
그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사노라면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어떤 이는 교회의 긴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어떤 이는 산사의 고요한 법당 앞에 머문다. 말하지 못한 마음을 그곳에 내려놓는다. 그러고 나면 흔들리던 마음이 조금은 잦아든다.
마음이 허전하고 퍽퍽할 때도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곁에 있는 사람을 찾기도 하고, 오래전 세상을 떠난 이의 흔적을 찾아 먼 길을 나서기도 한다. 그가 태어난 곳, 한때 머물렀던 자리, 마지막으로 잠든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 가만히 서서 마음 한 자락 기대어 보는 것이다.
내년 산티아고로 갈 계획을 짜고 있다. 5월의 길은 꽃이 피어 아름답고, 단풍이 깃든 10월의 길도 곱다. 방학이 있는 7월과 8월은 시간 여유가 있어 좋다. 날을 정하려면 함께 걸을 사람들의 일정도 맞춰봐야 한다. 같은 길을 걸어도 그 길에서 만나는 생각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혼자 걸으면 조금 빨리 갈 수 있겠지만, 함께 걸으면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계절 하나를 고르는 일도 쉽지 않다. 이것저것 따져볼 게 많다. 사는 일은 늘 그렇게 고민과 생각의 연속이다. 앞뒤를 재고, 더 나은 길을 찾는다. 그러다 결국 하나를 선택한다. 지나고 보면 잘못 고른 길도 있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왔다. 넘어지고 깨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앞만 보고 달렸다.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잠시 멈춰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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