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좋아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방법

by노이의 유럽일기


일요일 오후 5시 반. 집 근처 수영장을 향해 큰길을 혼자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요즘 내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수영을 하러 가는 길이 즐거웠는데 오늘은 어쩐지 싫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에는 좋아했던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그만큼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수영을 하러 가는 것이나 문득문득 혼자 근거리 여행을 다녀오는 것.

혼자 카페에 가서 앉아 글을 쓰거나 사색하는 시간들이 나의 삶을 꽉 채워주고 있다고 믿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느낌이 희미해졌다.

단순히 익숙해져서일까? 내성이라도 생긴 걸까?


오랜 시간 - 거의 평생을 -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었던 자존감을 최근 몇 년 많이 회복시켰다. 그 덕분에 이제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다시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혼란스러웠다. 이유를 찾아야 했다. 수영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며 최근의 일상을 곱씹어 보았다.


처음에는 몸이 먼저 무너졌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몸이 아프고, 자꾸 피곤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마음은 몸보다 늦게 아팠다.

몸은 다 나았는데, 기분은 계속 가라앉았다.


큰 스트레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회사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일도 감당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하루가 전반적으로 흐릿해졌다.

예전처럼 수영을 해도 아주 즐겁지는 않았고,

그렇게 좋아하던 카페에 오래 앉아 있어도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덜했다.


왜 이럴까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마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는 걸.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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