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라온이와 로운이가 또래들과 치기 장난을 하며 곳곳을 누볐다. 나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과 시계를 번갈아 봤다. 집에 들어갈 시간이 훨씬 지났다. 내게 허락된 시간이 더 빠듯해졌다. 식사 준비를 비롯하여 아이들을 꿈나라로 보내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천사들아, 이제 집에 가자!”
엄마의 외침에 여덟 살, 여섯 살 꼬마 형제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뱉더니 고개를 저어댔다. 한창 흥이 오른 상태니 얼마나 아쉬웠겠는가. 그 마음을 알기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더 논다면 집에 갔을 때 물놀이 없이 오직 씻는 것만 해야 한다고. 둘은 신나서 깡총거리며 그러겠노라 하고는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놀이가 다 끝났을 때는 머뭇거림 없이 집으로 향했고, 욕실 앞에서 경쟁하듯 옷을 벗어 던졌다. 몸에 거품을 묻히고, 물로 헹구고, 수건으로 닦고, 내복을 입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장난치지 않았다.
나는 맑고 뽀얗게 된 작은 얼굴에 화장품을 발라주며 말했다.
“얘들아, 고마워. 약속대로 이렇게 신속하게 샤워를 해줘서. 역시 엄마는 복이 많다니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내 아들이라니!”
라온이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왜 엄마가 복이 많은지 알아?”
“왜일까?”
“내가 준 네잎클로버 덕분이야.”
그것은 녀석이 학교 정원에서 가져온 선물이었다. 아주 작고, 시들기까지 했지만 예쁘기 그지없었다. 풀숲에서 그걸 발견했을 때 엄마에게 줘야겠다고 생각한 마음이 담겼으니까.
형의 말에 로운이가 조곤조곤 말했다.
“그런데, 네잎클로버는 어떤 사람이 그냥 그걸 잡으려고 허리를 숙여서 총에 안 맞은 거잖아.”
“우와! 우리 로운이가 나폴레옹 이야기 기억하는 거야?”
“응.”
이야기는 이랬다.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네잎클로버를 발견했고, 그것을 잡으려 허리를 숙였을 때 총알이 머리 위로 날아갔다고 한다.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작년에, 그러니까 로운이가 다섯 살 때 해준 이야기인데 여전히 기억하는 것이 기특했다.
“혹시, 라온이도 기억해?”
“응. 그래서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는 거잖아.”
“엄마, 근데…… 네잎클로버가 있어서 복이 있는 거 아니지?”
로운이가 의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형이 선물로 준 네잎클로버와 엄마에게 복이 있다는 점이 정말로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을 품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타당한 지적일 수 있다. 이 여섯 살배기는 핵심을 콕 짚어 질문하는 예리함과 궁금한 걸 끝까지 알아내려는 집요함을 지녔다.
“흐흐. 그래, 로운아. 네잎클로버가 있어서 행운이 있는 건 아니겠다. 그런데 그거 알아? 사람들은 네잎클로버가 있으면 ‘이거 덕분에 앞으로 나에게 행운이 생길 거야.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렇게 주문을 하니까, 정말로 좋은 일이 생기는 거야.”
“그럼,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주는 게 맞는 거네.”
로운이는 의문이 풀리면 곧바로 인정하는 시원함도 지녔다.
“그래. 그러니까 좋은 일이 많이 생기게 하려면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걸 알겠지?”
“응.”
“그리고,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해. 라온이랑 로운이가 ‘나는 복이 많아.’라는 말 많이 하지? 그래서 실제로 복이 많은 거잖아.”
문득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자식의 친구 관계에 있어 ‘어떤 영향을 받는지’보다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더 중요시하는 엄마다. 그래서 내 아이가 ‘늘 바른 친구’가 되어 친구의 언행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라왔었다. 그런데, 그날의 대화로 새로운 바람이 추가됐다. 내 아이가 ‘네잎클로버 같은 친구’도 되면 좋겠다. 행운과 복을 부르도록 이끄는 친구 말이다.
“얘들아, 혹시 학교나 유치원에서도 ‘나는 복이 많아.’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니?”
“아니.”
“아니.”
“그러면 학교나 유치원에서도 그 말을 많이 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친구들도 그 말을 하게 하는 거지. 봐봐. 엄마가 평소에 그 말을 많이 하니까 너희도 따라 하게 된 거잖아.”
로운이가 뭔가 생각난 듯 눈을 반짝였다.
“나도 저번에 유치원에서 색종이로 팽이 접다가 ‘역시 나는 복이 많아.’라고 했는데, OO이가 ‘그럼 나도 복이 많아.’라고 했었어.”
“우와, 그랬구나!”
로운이가 최근에 그 친구와 매우 가깝게 지낸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유를 알 만했다. 둘은 결이 맞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친구도 조만간 ‘네 잎클로버 같은 친구’가 되어 누군가에게 ‘역시 나는 복이 많아.’라는 말을 들려주는 날도 오지 않을까?
나는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라온이와 로운이를 그윽하게 바라봤다.
“앞으로 그 말을 더 많은 사람에게 해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까?”
“응.”
“응.”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낯선 아이가 “역시 나는 복이 많아.”라고 말하는 걸 우연히 보는 순간을. 한번이 아니라 아주 가끔이라도 그런 순간을 여러 번 맞이하면 좋겠다. 헛된 상상은 아닌 것 같다. 내 아이들이 실천한 ‘네 잎클로버 같은 친구’로서의 행동이 씨앗이 되어 퍼진다면 가능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