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꾸준히 해 봐요, 라프선생님”
회사에서 월 1회 열리는 휴회 과다 교육에 참석했다. 공부방 전체 학생 대비 휴회한 학생의 비율이 많은 선생님들이 월 1회 의무적으로 참석해야만 하는 자리였다. 공부방을 운영한 지 1년 6개월 정도가 됐다. 10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초등 15명, 중등 5명 정도로 두 배로 원생이 늘었다. 하지만 꽤 비싼 월세, 공과금 등을 지출하면 실제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 당근 광고도 해 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 봤지만, 기대만큼 회원수가 늘지 않았다.
‘공부방을 정리하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던 중에 휴회 과다 교육에 참석하게 된 것. 솔직히 말하자면 ‘슬슬 공부방을 정리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중이었다. 그래서 지점장님이 하시는 말씀에 대체로 반감이 생기곤 했다.
‘아, 그래. 예전에 영업할 때도 이런 실적 압박 때문에 그만뒀었지.’
공부방은 지점에서 두 개의 팀으로 관리된다. 회사의 정바카라에 따라 휴회 회원 등이 관리되고, 매달 최소 그만둔 회원 수만큼 새로운 회원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다. 그래서 휴회 과다 교육, 제로 교육 등이 있다. 지점장님은 팀장님들에게 마이너스 실적을 최소 0으로 만드는 것을 독려하고, 팀장님은 팀원으로 속한 선생님들을 독려하는 시스템이다.
회의 중에 지점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래도 이 선생님은 어떻게든 제로를 할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선생님이 있고 저 선생님은 또 못할 텐데 어쩌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선생님이 있다.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
지점장님이 말씀하신 후자의 선생님이 바로 나였다. 나는 그냥 포기하는 편이었다. 그동안 당근 광고, 전단지 광고, 현수막 광고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봤지만 문의가 많지는 않았다. 그런 것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해도 안 돼’라는 생각이 생긴다. 그리고 ‘괜히 돈 낭비하지 말자’라는 생각에 이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점차 줄여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빠지는 학생이 생기면 ‘없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야?’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그런데 이번에 지점장님과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이런 패턴으로 계속 살아와서 한 가지를 꾸준히, 끝까지 해내지 못했구나.’
시도한다 - 잘못된 방법으로 시도한다 - 결과가 안 나온다 - 포기한다 - 결국 그만둔다
성공하는 방법을 배운다 - 배운 대로 하지 않고 내 생각대로 한다 -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 포기한다 - 그만둔다
상대방을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내가 편한 대로 한다 -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당황한다 - 포기한다 - 그만둔다
지금 하는 일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활동(공부, 자격증 따기 등등)을 시도하지 않고 계속 다른 기회를 찾는다 - 지금 하는 일에서 발전이 없다 - 나는 또 안 되는구나 생각한다 - 포기한다 -그만둔다.
내가 실패하고, 늘 포기하며 중간에 그만두었던 수많은 시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공부방에 와서 했던 온갖 상황들도.. 여기에서 공부방을 그만두면 이전과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게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며칠 후 당근에 다시 광고를 올렸다. 문의가 하나 왔다. 이번에도 학부모님에게 응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더 잘해보자 생각한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일까? 지금 내 마음속을 계속 들여다본다. 이 감정이 뭐지?
‘두려움’
‘스스로에 대한 불신’
‘불안감’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다시 내게 질문을 던져본다.
그래서 너는 그동안 실패만 했던 거니?
아니다. 공부방에 등록했던 아이들 중 여러 명이 떠났다. 내 머릿속에는 항상 그 아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했어야 됐는데…’
‘내가 여기서 애들을 계속 가르쳐도 되는 거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선생님이 오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무의식으로 끊임없이 다른 대안을 생각한다.
‘뭘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지만 반대쪽에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꾸준히 다니고 있고, 또 소개해 주신 학부모님들도 있었다. 기존 학부모님들 중에서도 만족스러워하는 분들이 있다. 얼마 전 한 학부모님과 통화를 하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 얼마 전에 우리 아진(가명)이가 가게 온 외국인 손님이 삼각김밥을 가지고 뭐라고 물어봤거든요. 그때 아진이가 그걸 알아듣고 대답도 하더라고요.”
그 말씀을 듣는데 조금 오버하면서 그랬냐며 너무 잘했네요라고 칭찬도 해 주고 호들갑 떨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물론 수업 중이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 엄청 엄격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네가 뭘 그렇게 잘했다는 건 아니야.’
돌아보면 늘 나는 스스로의 능력을 터무니없이 과신하면서도, 실제로 현실에서 해내고 성취해 내는 작은 것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너무 잘했네!’라고 칭찬해 줄 것도 나에게는 인색했다. 또 얼마 전에는 중학생 한 명이 갑자기 오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편지와 학교에서 직접 만든 쿠키를 주고 갔다.
‘선생님 덕분에 이번 기말고사 점수도 오르고, 학교 영어가 너무 쉬워졌어요. 영어 공부 힘들지만, 더 노력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갑작스러운 아이의 편지에 감동이 밀려왔다. 이런 편지를 받고도 내 뇌는 끊임없이 부정적으로만 흘러간다. 공부방에 남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 아닌 떠나간 아이들에 대한 죄바카라감에 묶여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몰아붙인다.
‘그래서 네가 안 되는 거야.’
무의식 아주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자기 불신’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가로막는 모든 것들의 근간이 바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부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바카라 내면소통의 저자 김주환 교수는 이를 ‘자기 존중’이라고 표현했다.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을 말해주었다.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요.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아요.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그래봤자, 뭐. 치.’ 이런 생각을 하죠. 자기 존중을 하는 방법이 뭘까요? 타인을 존중하세요. 타인을 먼저 존중하면, 나 스스로도 존중하게 됩니다.”
와.. 정말 유퀴즈에 나와하셨던 이 말씀을 듣는데, 정말 내 얘기였다. 그렇지, 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지. 머릿속으로는 존중하는 게 맞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지만, 내게는 늘 그런 태도가 깔려 있다. 그런 태도가 나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였다니 그제야 오랜 시간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수수께끼가 풀린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김주환 교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타인을 대하는 마음을 조금은 바꾸었던 것 같다. 지금도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오랜 시간 그리 살지 않아서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그때 바라본 내 마음 덕분에 이번에 지점장님과의 미팅에서도 한번 더 내 삶의 패턴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