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스마트폰, 카페인, 음식 중독

치유일기 #1

by덕구리

나 같은 30대 싱글 현대인은 수많은 중독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을 ‘현대 중독’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술, 스마트폰 숏폼 콘텐츠, 카페인, 배달음식. 이들은 저마다 무지갯빛으로 치장한 도파민의 유혹이다. 달콤한 보상을 약속하며 우리를 끌어당기지만, 그 이면에는 일상을 잠식하고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그림자가 숨어 있다.


31살 나이에 위 4가지 중독에 시달린 끝에 온라인 게임을 잃게 되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절망에 휩싸인 채, 회사란 울타리 밖으로 내던져졌다.

일자리를 잃은 내게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이대로 계속 살 것인가.

이 참에 모든 걸 끊어내고 새 사람이 될 것인가.


진로와 생계를 최대한 자리 잡게 해야 하는 시기에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강제로 갖게 되었다.

이제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마주해야 했다. 그동안 난 어떤 생활을 해왔던가. 회사에서는 맞지 않는 직무로 인해 커피가 없으면 손에 일이 가지 않았다. 16온즈 기준으로 2잔을 하루에 마셔댔다. 커피는 어느새 기호식품이 아니라, 하루를 버티기 위해 반드시 수혈받아야 하는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퇴근 후에는 내가 직접 번 돈으로 온라인 게임 스트레스를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짧았던 생각은 나를 수많은 탐닉으로 이끌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누워 숏츠를 보며, 배달앱을 켜고, 배달 시간 사이에 맥주를 사러 나갔다. 그리고 배달이 오면 유튜브를 켜고, 입에 술과 기름진 음식을 뇌에 고삐 풀린 듯이 집어넣었다. 배불러도 남기면 처리가 귀찮다는 생각으로 억지도 다 먹어버렸다. 술이 들어간 날은 리미트가 없었다. 금붕어에게 먹이를 준거나 다름없는 말 그대로 어떠한 지혜와 슬기로움 혹은 절제를 찾아볼 수 없는 조야한 광경이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탐욕에 빠져 돼지로 변한 부모의 모습이 떠오른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에 등장하는 어둡고 기괴한 인간의 모습도 겹쳐진다. 나는 그렇게 초점을 잃은 눈으로 술과 음식, 스마트폰을 끼고 살았다. 무엇을 잃고 있는지조차 생각하지 않은 채, 그런 생활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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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프란시스코 고야 - 자식을 잡아먹는 사트루누스

이 모든 중독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었다. 20대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내 과오의 집합체였다.

어느 날 탐닉에 빠진 내 모습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치유하고자 방법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현대 중독은 절대로 혼자선 해결하기 힘들뿐더러 도움을 구하며, 강력한 의지로 헤쳐나가야 하는 복잡하게 엉켜있는 거미줄이란 거였다.


현대 중독이란 거미줄에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난 틀림없이 독거미에게 천천히 녹여지며 먹히게 된다.

그 예감이 든 다음부터 나는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도움을 구하며 이 중독들에게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기록을 통해 내 경험을 나누고, 실패든 성공이든 여러 시도와 결과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음 하고자 '치유일기'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 시리즈를 통해


1. 어떻게 중독을 이겨나가는지

2. 감명받았던 자료들

3. 스스로 했던 동기부여.

4. 중독이 시작되는 과정과 그 결과

5. 탐닉 대신 채울 수 있는 좋은 것들

6. 나에게 일어난 변화


를 기록하고자 한다.


단순히 자기 개발성 글이 아니라 중독에 빠져있는 한 사람이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과정으로 글을 남기고 싶다. 중독에서 탈출하는 게 얼마나 걸릴지, 심지어 성공할 수 있을지 조차도 알 수 없다. 다만 이전과 같이 살지 않겠다는 결심 하에 이 과정을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라이프 디톡스 현황 (~26.10.19)

알코올 중독 - 단주 D+11
스마트폰 - 지난주 스크린타임 평균 4시간 48분 / 깨우기 91번
음식 - 배달 및 외식 횟수 : 3회
카페인 - 하루 평균 1L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