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씹힌다.
톳밥을 했다.
짜디 짠 소금에 잔뜩 절여져 있는 톳을 물로 열심히 헹궈서.
소금기를 빼고, 알알이 포도 송이처럼 달려 있는 톳을 떼서 솥밥을 지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정성스런 솥밥,
난 사람처럼 온기가 도는 솥밥을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 내가 지은 밥을 단 한 숟가락도 입에 넣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오늘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정신 없이 집안일부터 했다.
집안 일은 나를 한시도 쉬지 못하게 만든다.
집이란 공간에서 가정 주부란 버거움은
절대 작가라는 직업과 병행 할 수 없는 구조이다.
길고 깊은 사색의 시간,
그 시간 중에 어렵게 건져 낼 수 있는 진한 글의 풍미는 혼자만의 시간에서 나온다.
길고 긴, 끊어지지 않는 연속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남편이 가게를 운영할 땐 이런 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24년 말 폐업을 하고 남편이 집에서 점심, 저녁을 먹으면서 나의 시간들이 부족해졌다.
글을 읽지도 않는 남편은 이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내 글조차 읽지도 않는 사람에게 무엇을 바래야할까?
이제 집과 남편은 나에게 그런 공간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신 없이 집안일을 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없이 잠에 취해서 밥을 한다.
어쩔 땐 칼질을 하다 손을 베일 뻔 하고,
어쩔 땐 뜨거운 냄비에 손을 데일 뻔 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끼니를 떼운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어머니들의 잠시나마 여유로운 아침 시간들이 부럽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압력밥솥 마저 고장이 나서 작은 전기 밥솥을 샀다.
가난한 형편에 20만원이 넘는 압력 밥솥을 살 용기가 없었다.
돈을 아끼려고 집에 밥을 먹으러 오는 남편에게도
좋은 밥솥 사자고는 말을 못 했다.
그래서 작은 솥에 매일 갓지은 밥을 해 먹는다.
전기밥솥이 왜 압력 밥솥과 다른지. 이제야 이해를 했다.
당뇨를 조심해야 하는 남편에게 콩밥, 잡곡밥을 먹이려면 2시간 이상은 미리미리 밥을 앉혀놔야 한다.
전기 밥솥은 압력밥솥처럼 콩과 잡곡들이 푹 익지 않는다. 그래서 콩을 미리 한번 쪄서 다시 쌀과 앉힐 때도 있다.
남편은 매일 점심 때마다 집에 들어와서 밥을 먹는다.
난 일어나자마자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선선한 날씨에도 땀을 흘리며 반찬을 2~3가지 해낸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뭘 해먹어야 할지. 고민하고 만들고, 차려낸다.
그렇게 점심, 저녁을 먹는다.
밥을 한다는 것 만으도로 가정주부는 집에서 휴일이 없다.
글이나 밥이나,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정상적으로 일상이 돌아갈 것 같다.
이렇게 정신 없이 밥과 반찬, 국을 하고 나면,
빨래를 돌리거나 해야될 다른 집안 일들이 꼭 쌓여 있기 마련이다.
매일이 이렇게 반복된다.
나에겐 휴일이 없다.
글을 포기하면 그나마 쉴 수 있는 여유시간이 확보가 될텐데 나는 남은 시간에 다시 글을 쓴다.
일이 무한대처럼 반복되는 느낌이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기 전,
간단히 온라인카지노겸 아점을 먹는다.
샐러드에 달걀, 연두부나 낫또 같은 콩류를 곁들여서 요거트에 견과류를 더해 간단히 끼니를 떼우는데
이것도 시계를 바라보며 여유없이 허겁지겁 먹어야 한다. 치워주는 사람은 없다. 다 먹으면 내가 치워야 한다.
남편이 들어온다는 전화를 받으면 다시 그의 밥을 차린다.
가게를 폐업하고 배달일로 힘들게 버는 남편을 위해서 웬만하면 그에게 집안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
힘드니까, 나도 글을 쓴다는 나의 일이 있으니까.
바깥에서 먹고 오라는 말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당뇨가 있으신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40대가 된 남편도 이제는 관리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바깥에서 밥을 먹게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은 나에게 집안일을 같이 병행하기란 너무 버겁다. 글 쓰는 작업도 힘에 붙이고 정신적인 소모가 많은 직업이다.
혼자서 하루를 지내고 푹 쉬는 휴식이 필요한데 그런 날이 없다.
남편은 시댁에 가서도 자고 오지 않는다.
시댁 가는 일로 신경 쓰게 하면서도 내가 푹 쉬게 자고 오지는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어쩔 땐 내가 원하는 것 반대로 할 때가 많은 데
정말 저 심술은 어디서 왔는지? 일부러 청개구리처럼 행동할 땐 시댁으로 가서 오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렇게 점심 먹으러 남편이 오면 샐러드 먼저 차려주고, 한식차림으로 갓지은 밥과 국, 반찬을 차려준다.
어머님이 당뇨가 있으셔서 이 사람도 혹시 같은 병을 앓게 되진 않을까? 간편식이나 가공식품은 배제하고 항상 정성스런 밥을 차린다.
남편은 밥을 먹고 2~3시간 동안 집에서 뻐대다가 다시 일을 하러 나간다.
나에게 글을 쓸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나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집안일을 하고 남은 시간에야 길고 긴 나와의 싸움 끝에 글을 발행하고, 소설도 쓴다.
그래서 온라인카지노 작가로 글을 쓰다 EBS에 출연하고, 웹소설 작가로도 데뷔도 했다.
하지만 이게 뭔 소용일까?
가장 가까이 곁에 있는 남편이 나의 이런 힘듦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온라인카지노 공모전 때문에 아무래도 바깥에 나가서라도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커피 값이 아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대학 때부터 쓰던 작고 낡은 나의 넷북을 들고 집에 나올 때 남편은 왜 그 되지도 않는 넷북을 무겁게 들고나가나며 한소리한다.
새 노트북을 사줄 것도 아니면서.
조용히 글을 쓸 수 있게 스터디카페라도 등록하고 싶은데 난 수입이 없다.
우리는 가난하다.
점심, 저녁.
가난하게 두 끼를 해낸다는 건 나에게 버거운 일이다.
토돗.
톳밥은 먹지도 못했으면서 눈물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