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봐도 예쁜 여자들: 에필로그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 저는 늘 몸의 리듬이 생각납니다.
여자의 머릿속엔 질문이 맴돌고 있었지요. 소설가가 되어야 하나, 자서전 작가로 계속 살아야 하나. 그런데 잠방잠방 걷는 순간, 그냥 멈춥니다.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에요. 몸이 먼저 알아챈 거예요. 그제야 라벤더의 그 몽환적인 매력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겠더라고요.
"다시 소설을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었다." 이 대목에서 아, 라벤더구나 싶었습니다. 결론을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 지금 이 복도를 걷고 있다는 것, Y의 음악이 귓가에 남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 그녀가 라벤더구나 하고 곧장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잠방잠방 걸으며 생각을 멈추고 몸으로 느끼는 법을 아는 것, 그건 상상력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백합은 달랐습니다. 온라인 게임 언니에게 "사과는 집에서 깎아"라는 말을 들은 날 저녁, 여자는 마트에서 가장 단단한 사과를 골랐지요. 다섯 알이 장바구니에 들어갔습니다. 억울하거나 분하거나 서러울 때, 그녀가 택하는 건 해명이 아니라 행동이에요. 그것도 아주 구체적이고 조용한 행동을요.
다음 날 30분 일찍 출근해서, 아무도 없는 탕비실에서 혼자 다섯 알을 다 깎았습니다. 껍질이 끊어지지 않고 길게 이어지도록, 천천히. 소금물에 담그고, 도시락통에 넣고, 냉장고 문에 포스트잇을 붙였어요. 억울함을 해명하는 대신 사과를 소금물에 담그는 사람. 이 여자의 품위가 거기 있습니다.
"오늘은 특히 아삭합니다." 이 메모를 쓰면서 저는 좀 웃었습니다. 그녀, 굉장히 살갑잖아요? 그걸 본인만 모르는 것 싶어서요. 백합의 매력 중에 '군더더기 없음'이 있는데, 이 장면이 그걸 가장 잘 보여준다고 느껴졌습니다. 본인만 모르게 살가운 사람. 그게 백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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