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저녁 '추석'

by김정

올 추석에는 밥 동무들과 소소한 추석맞이를 하면서 즐거웠다. 맨 처음 즐거움은 고소한 참기름 선물이었다. 스티커 글씨로 이름표를 만들어 병 중간에 붙여 선물 주었다. 한눈에 시원하게 보이도록 큼직한 글씨체가 제조 년 월일과 함께 쓰여 있어 마음속 섬세함까지 선물 받은 듯 고마웠다.


나는 ‘김’ 선물을 준비했는데, 보관이 쉽도록 캔에 넣은 맛있는 김을 고르느라 여러 곳을 다녔다. 명절 같은 종이 상자에 넣어 줄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 한편이 흐뭇해진다. 다른 밥 동무의 말에는 생활감이 묻어 있었다.

“ 요즘 사과에 발라 먹으면 맛있는 땅콩버터를 사 놨는데, 아침마다 들고나오는 걸 자꾸 잊어버려요. 혹시 내일도 까먹으면 추석 지나고 드릴게요. 늦은 추석 선물도 좋잖아요.”라고 한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자꾸 까먹는다는 것에 동감하면서 소리 내어 웃었다.

아줌마들의 소소한 추석맞이는 나 어릴 적 추석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엄마는

“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오는 명절이 싫다.”

라고 하셨지만 나는 여름 방학이 끝나면서부터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추석날은 평일보다 더 심심했다. 누렁이를 툭툭 찔러 보기도 하고 차례 지낸 맛있는 음식으로 이른 저녁을 먹자며 엄마를 조르기도 한다. 국물도 없이 꼬약꼬약 먹다가 뱃속도 심심했는지 먹은 음식을 꼭꼭 쟁여두었나! 보다. 뱃속에서 탈이 났다. 심심함은 체기로 나와 추석날을 희롱한다.


추석 선물로 받은 참기름과 땅콩버터 중 어느 것이 더 고소할까?

어릴 적 심심했던 추석과, 고속도로 위에 10시간 서있는 요즘 추석 풍경은 사뭇 다르다.

참기름과 버터처럼.

뭐가 더 고소하면 어떻고, 심심하면 어떻고, 서 있으면 어떻겠는가!

옛 어른들의 말 한마디로 마음의 질서를 잡아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작가의 이전글처음 시작하는 연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