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질 수 없는 전시회 뒤풀이!
서예 작품 전시회의 막이 내려가고, 잔잔하던 음악마저 점차 꼬리를 감춘다.
그럼, 이제 뭐가 남았다.
그렇죠!
바로 에불바디가 기다리고 가다리던 뒤풀이가 남아있는 거죠.
모두들 서둘러 뒤풀이 장소로 향한다.
뜻 맞는 분들끼리 끼리끼리 짝을 지어 포시즌유로 자리를 옮긴다.
회식 자리에 무려 15분이 모였다.
일찍이 보기 드문 대성황이다.
작품 준비에 매진하느라 나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다.
하기야 대학 입시 때보다 스트레스가 더 크면 컸지 절대로 작지는 않았으니 말 다 했지 않겠는가?
시간차를 두고 삼삼오오 회식 장소까지 이동하여 모두가 음식점 예약석 자리에 앉자, 그때까지만 해도 모처럼만의 작품 전시로 인해 동호회원들끼리 각자의 이야기꽃을 다양하게 피워낼 줄로만 알았다.
웬걸,
남성 동지들은 입에 거미줄을 친 듯 서로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며 손가락만 만지락만지락 그야말로 묵언 수행에 열심이다.
사돈과 상견례하는 날인 줄로만 알았다니까요.
반면에, 여성 지우들은 제비가 물 만났다는 듯이 재치 있는 입담과 박장대소로 하나 뿐인 레스또랑을 물 위에 떠내려가게 만들어 버리는 신기방기 묘기를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참으로 남녀가 서로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모처럼만에 느끼게 되는 이색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여자가 시집오는 게 맞다.
남자가 장가들면 영 파이다.
여자가 시집와야 집안이 화기애애해지지, 만약에 남자가 장가들면 그건 그거야말로 지구 종말과도 같은 완전 꽝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구 멸망의 날이 어떨 것인지 알고 싶다면, 딴데 가지 마시고 여기로 찾아오시라 권해 드리고 싶다.
제 말이 구구절절 맞는 말임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런저런 환담이 이어지고, 병원 진료로 뒤풀이에 곧바로 참석한 전문 산악인 여성 동호회원의 1부에서 듣지 못한 작품 전시회 소감을 청해 토끼처럼 귀를 쫑긋하고 듣는다.
낭랑한 목소리에 취한 듯 긴장이 풀려 몸마저 나른해진다.
한참이 지나, 사전에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이름하여 함돈 세트!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가 한 그릇에 같이 나온다.
힘돈세트에 샐러드와 특히 숙주나물이 듬뿍 담겨 나온다는 게 매우 이색적이다.
거의 치사량에 준할 정도로 배부르게 고기를 먹고,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면서 1부 뒤풀이를 이렇게 음료로 마무리 짓는다.
여기서 그칠 쏘냐?
곧이어, 자리를 바꿔 쉼 없이 2차 뒤풀이로 연달아 달려가 본다.
Never ending the exhibition after-party!
그렇게 대망의 2차 뒤풀이가 시작된다.
우리의 알흠다운 전시회 여흥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간단한 맥주집인 투다리로 옮겨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찌어찌 자리에들 앉다 보니, 서로 띠들끼리 앉게 되었다.
개띠 2, 잔나비띠 3(띠동갑 1 포함), 띠까지는 모르는 3.
총 8인이 모여 신나게 말 달린다.
평소에 못다 한 이야기들이 물 만난 듯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제대로 터진다.
꺄르르 꺄르르, 우하하하, 키득키득, ㅋㅋㅋ!
이윽고 투다리는 저마다의 내공(평소에 시간을 들여 나름 부단히 갈고닦은)을 갖춘 웃음소리의 경연장이 되고야 만다.
전시회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더니 여기서도 피 튀기는 경쟁이 이루어지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누가 한국인들 아니라고 할까 봐 그러시나들?
그래도 경쟁의 결과는 좋다.
평소에 서예 교실 안에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는 사실들을 각자에게서 듣게 되니, 서로를 좀 더 알게 되어 친숙해진다.
누구나 예상하는 뒤풀이의 side effect는 친근감과 반비례로 최소화되어 간다.
흥취가 오르고, 이야기 꽃이 만개해갈 때,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제3회 솔향과 묵향 사이를 기약하며 서로에게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다.
투다리에 모인 대로 각자의 차로 짝을 지어 집으로 향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만큼 비례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올라가고,
작품의 수준이 올라간 만큼 비례적으로 뒤풀이의 흥취가 올라가며,
뒤풀이의 흥취가 올라간 만큼 비례적으로 다음 전시회의 기대치가 높아진다.
다음 전시회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만큼 비례적으로 서예 실력도 높아질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풀기 어려운 매듭을 숙제로 남겨 놓은 인물이 고르디아스인데, 그 숙제를 간단하게 푼 사람은 알렉산더 대왕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동호회원 누구나가 명확히 알고 인지하고 있는데, 그 난제를 과연 누가 풀 수 있을 것인가?
다른 회원이 알렉산더가 되도록 보고만 있을까?
걍 내가 알렉산더 대왕이 될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자꾸만 많아지지만, 어쨌거나 다견, 다습, 다작의 시간이 필요한 것임은 먹물이 검은 것만큼 당연하다.
제3회 솔향과 묵향 사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때에는 모두들 얼마만큼이나 성장해 있을지?
또 어떤 색깔의 전시회가 될지?
동호회원들은 어떤 경지에 도달해 있을지?
새로운 회원이 얼마나 서예전에 등장할지
뒤풀이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고, 또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지?
손꼽아 기다려 보게 된다.
나만 그런 건가요?
"여호와의 인자하심과 인생에게 행하신 기적으로 말미암아 그를 찬송할지로다. 그가 사모하는 영혼에게 만족을 주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심이로다."
(시편 10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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