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켜는 문제에 대해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나는 환경과 전기세를 생각해서 실내 온도가 30도가 넘어가면 에어컨을 틀자고 버티고 있고, 아이들은 덥고 습하다고 지금 당장 틀자고 성화다. 백번 양보해서 화장실에 들어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오라고, 그래도 더우면 에어컨을 틀어주겠노라고 해도 막무가내이다. 우리 집은 맞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부는 구조이고, 지금도 나는 바람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현재 실내 온도는 29.0도로, 덥긴 하지만 충분히 견딜만한 수준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것에 화를 내며 방문을 '굳게' 닫고 들어가서 시위를 하는 중이다. 심지어 방에 들어가면서 둘째는 "왜 저래 정말"이라고 말하여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글을 한창 쓰고 있는데 아이가 와서 울먹이며 사과를 해서 그 부분은 마음이 풀렸다.)
내가 걱정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환경에 대한 걱정이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는데, 그러니 나 하나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결정을 내리면 좋을 텐데, 같은 가족끼리도 이리 마음이 안 맞으니 정말 답답하고 속상하다. 하기사, 나 하나 환경을 보호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긴 하다. 실은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인내심이다. 조금만 더워도, 조금만 추워도, 조금만 불편해도 견뎌내지를 못하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나, 하는 염려가 되는 것이다. '라떼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버티고 견디며 살아갔던 것 같고, 그래서 지금 이만큼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 맞다. 그러나 아이들의 참을성이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는 사실도 맞다.
이상 에어컨 시위대와 꼰대 이야기였다.
그래도 오늘 저녁은 에어컨을 켜지 않고 버텨낸 것에 의의를 둔다.
바야흐로 아이들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
올해는 가을도 없을 것이라는데, 긴긴 여름을 어떻게 버텨나갈지 염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