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하찮고 보잘것없는 나 자신과 싸우는 날이다. 어제 있었던 방송 사고 때문이다.
듣기 방송에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해 새벽부터 학교에 가서 종소리를 세팅하고, 성적처리실에 있는 시험지를 인계하는 등 학력평가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딴에는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선거일인 휴일에도 미용실을 포기하고 시간대별 종소리 작업을 하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13시 07분에 정확히 송출한 듣기 방송이 교실에서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0-0반 듣기 안 나옵니다’
‘0-0반도 방송 안 나옵니다.’
라는 문자가 톡방에서 비처럼 쏟아지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방송을 종료하고 다시 작동하기를 서너 번,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그 때 작년 방송 담당 선생님께서 방송실에 들어오셨다. 기계(의 이름을 나는 아직도 모른다. 믹서...던가?)를 쓱 둘러보시더니 ‘누가 마스터 볼륨을 다 이내려놨네.’ 하시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볼륨을 올리자 드디어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전에 교육청에서 방송 컨설팅을 나왔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분들이 ’그 기계‘의 스위치를 내리던 일도 떠올랐다.
‘방송 컨설팅 나왔던 분들이 내려놓고 가신 것 같아요.’
입으로는 방송 컨설팅 요원 탓을 하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무능한 나 자신을 한없이 탓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번이 첫 방송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3월 학력평가에서는 3학년 방송이 1,2학년에 동시 송출 되었고, 이 때는(‘는’이라는 조사로 이번 잘못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나는 하고 있다) 나의 조작 미숙이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번에는 처음이라 실수한 것이 어느 정도 용인되었다면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다. ‘학력평가 때마다 방송사고네.’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고,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죽마고우에게 넋두리를 했다.본인도 일을 할 때 실수를 많이 한다며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친구가 하는 말이 명언이었는데, 나는 이 말 한마디에 글을 쓸 용기를 얻었다.
‘다들 이러고 산다. 하찮은 자신과 싸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