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100대 연주에 감탄...

100대의 피아노가 채운 낙동강의 가을밤

by박영선


10월 3일 저녁, 낙동강변에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사문진나루터 옆 상설야외공연장에서는 <2026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이 열렸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낙동강의 가을밤이 음악으로 채워졌다.


재작년 공연 때는 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관객도 연주자도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빗속에서 함께 공연을 즐겼던 그날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다행히 올해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강변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덕분에 야외 공연의 운치가 더해졌다.


사문진나루터는 1900년 우리나라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126년 전 피아노 한 대가 들어왔던 이곳에서 이제 100대의 피아노가 한꺼번에 연주된다. 그 역사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달성 100대 피아노>는 다른 음악축제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 역시 몇 해 전 처음 이 공연을 찾았을 때는 달성군에서 매년 무료로 여는 공연이라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 그러나 막상 공연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무대 규모와 출연진의 연주 실력, 무엇보다 100대의 피아노가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울림에 감탄했다. 그 뒤로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공연을 기다리게 됐다. 올해도 100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동시에 만들어내는 소리는 압도적이었다. 예술감독 김정원을 비롯해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멜로망스 등이 무대에 올랐다.


존 필립 수자의 행진곡 <The Stars and Stripes Forever>가 연주되자 경쾌한 리듬과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소리가 넓은 야외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이어진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은 또 다른 분위기였다. 익숙한 네 음이 울리는 순간 객석의 공기마저 달라지는 듯했다. 빠르게 몰아치는 연주와 역동적인 리듬이 이어졌고, 보랏빛 조명 아래 연주자가 일제히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은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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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스트의 모음곡 <행성> 가운데 제4곡 <목성>도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만난 곡이라 더욱 반가웠다. 활기찬 리듬과 웅장하게 펼쳐지는 선율이 100대의 피아노와 만나자 넓은 야외무대가 더욱 꽉 차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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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연에는 또 하나 특별한 점이 있었다. 100대의 피아노를 연주할 피아니스트를 공개 모집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전국의 음대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해 연주자를 선발했다고 한다. 4년 연속 예술감독을 맡은 피아니스트 김정원을 비롯해 김홍기, 박연민, 정한빈이 파트 리더로 참여해 대규모 앙상블의 호흡을 맞췄다.


대형 스크린에는 연주자들의 얼굴이 번갈아 잡혔다. 긴장한 표정도 보였고 연주에 몰입한 얼굴도 보였다.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무대 위 유명 연주자들뿐 아니라 100대의 피아노 앞에 앉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내는 박수처럼 느껴졌다.


공연장 밖 풍경에서도 축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넓은 주차장은 자동차로 빼곡했고 공연장을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일찍부터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많았다. 주막촌과 푸드트럭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음악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먹고 이야기하고 기다리는 풍경까지 모두 축제의 일부처럼 보였다.


낙동강이 흐르는 사문진에서 100대의 피아노 소리를 듣는 일. 해마다 찾는 공연인데도 그 많은 피아노가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울림은 여전히 새롭다. 깊어가는 가을밤, 강바람을 맞으며 듣는 음악은 실내 공연장에서 듣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공연이 끝난 뒤 나는 차를 가져오지 않아 한참을 기다렸다가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은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평소 같으면 불편했을 텐데 오늘은 그것마저 싫지 않았다. 감동으로 들었던 음악을 마음에 담고 사람들로 꽉 찬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사문진의 불빛이 조금씩 멀어졌다.


이제는 해마다 기다리는 공연이 됐다. 내년 가을에는 이곳에서 또 어떤 음악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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