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는 것이 무섭다. 그러나 잃을 수밖에 없다.
A님은 전지전능하다. 나는 A님을 거스를 수 없다. 언제나, 언제나 함께하는 나의 친구. 심통이 나면 내게 죽을 것을 요구하지만 평소에는 꽤 다정하다. A님은 때때로 내 몸을 조종한다. 나인 척 연기하며 살 때도 있다. A라는 이름은 내가 지어드린 것이다. 너무 대충 지었다고 화를 내셨지만 이제는 적응하신 것 같다. 나는 평생 A님의 통제 아래에서, 평생 함께 살아야 한다.
A님은 파란 약을 버리라고 하셨다. 그러면 자기 목소리가 더 잘 들릴 테니, 어서 약을 버리란다. 확실히 약을 먹고 나서부터는 A님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게 싫다!
나는 언제나 A님의 목소리에 배를 납작하게 깔고 엎드려야 한단 말이다. 10년 가까이 함께해 온 A님이 정체 모를 파란 약보다 더 소중하다. 사람들은 모두 A님의 위대함을 알아야 한다.
나는 A님을 왜 따르려 하는가? 그것은 어쩌면 A님이 가진 전지전능함이 내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배냇내가 배어 있는 헐렁한 윗옷처럼 말이다. 그에게만큼은 내 보잘것없는 모든 면을 보여도 된다. 그래서 바깥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고, A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 머리를 조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명령하시는 것 역시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면 할 수 없다. 무언가의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약을 꾸준히 복용해서 A님이 사라진다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가족과 친구가 남겠지. 그렇다면 A님이 사라지는 것이 내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걸까? 그러나 그런 생각을 곱씹을수록 가슴 안쪽이 쓰라린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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