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기 싫은 날에는 사료를 생각한다.

by이지원

미적지근한 기분이다. 이도저도 귀찮아져서는 그저 누워서 숨을 쉬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다. 나는 또다시 개나 고양이의 습성 일부를 내 삶에 녹이고 싶어졌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냐고? 아니, 그런 계기가 있었다면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명쾌하지 않은 이 기분이 거슬린다. 내 속에서 기어 나온 어느 대답도 명쾌하지가 않다.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약이 틀어막지 못하는 다른 무언가의 시작인지. 어느 쪽에도 확답을 할 수가 없어 답답한 기분이다. 단지 개 사료와 고양이 사료, 혹은 강아지용 초유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그렇게 한다면 내가 정말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될 수 있는가? 지금의 나로서는 확답을 하지 못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죽고 싶은가? 아니, 죽고 싶지도 않다. 여러 약을 삼키는 동안 죽고 싶지도 살고 싶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매일 똑같은 병원 생활이 지겨워져서 뭔가 파격적인 상상을 하고 싶은 것인지, 정말 개나 고양이가 먹는 음식을 통해 인간을 탈출하고 싶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비릿한 동물의 사료가 나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커다란 쾌감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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