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그러진 괴로움과 와해된 말들

by이지원

연인과 헤어지기로 한 날, 나의 사고와 말은 와해되었다. 아래턱이 빠져 뭉그러지고, 온몸이 부서지고 말았다. 언어가 되지 못한 것들이 입이었던 것에서 새어 나왔다. 남은 것이라고는 새까맣게 빛나는 눈뿐이었다.


괴로움을 뭉개면 사라질 줄 알았건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입자가 더 작아져 이곳저곳에 잘 끼어들 뿐이었다. 나는 어느 때건 솔직하지 못했고, 말하지 못한 것들은 안에서부터 자라나 사고를 파먹었다.


안다고 생각했던 말들을 무작위로 늘어놓았다.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울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난 뒤에는 반동처럼 조증이 밀려들어왔다. 나는 울면서 웃었다. 조금 전까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울던 나는 돌연 노트북을 열어 대출을 받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을 사겠다고 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어머니께서 나를 말렸고, 대출을 받거나 거액의 돈을 쓰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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