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숙 작가의 『용기 있는 생활』을 읽고

by진향림 최윤순

“이 바카라은 친환경 용지로 만들었습니다.” 바카라 뒤표지에 나온 이 한 문장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대부분 글의 내용을 대변하는 듯해 조용히 만져봤다. 편집자나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보통 용지로 인쇄한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손안에 가볍게 들고 다니기에도 좋아 보였다.


김효숙 작가는 온라인카지노 스토리에 ‘발자꾹’이라는 필명으로 여러 작품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중에서 “신부님이 전하는 1분 환경 이야기”는 짧지만, 메시지가 확실해서 언젠가 바카라을 내리라고 예상도 했다.

처음 출간 소식과 예약 판매 기간이 떴을 때 먼저 바카라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용기 있는 여사님의 지구 환경 지킴이 소개 글인가?’ 그러나 바카라의 표지 그림을 본 순간 이중적 아니 다의적인 느낌이 드는 제목이구나! 텀블러, 장바구니, 쇼핑카트. 냄비 등 주변에 있는 생활용품을 활용하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용기를 잘 이용하면 지구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지구온난화, 엘니뇨 현상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반복되는 극한 기후! 게릴라성 폭우와 폭설, 태풍과 폭염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불편함이 얼마나 큰가. 작가님처럼 확실하게 실천하지 않고 그저 캠페인 정도로만 생각하며 살아온 일상이 부끄러웠다.

대다수 사람의 작은 실천으로 건강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구나! 작가님은 본인 생각을 꾸준히 실천하고, 나는 생각만 하고 꾸준함이 없다는 점이 차이였다.

얼마 전 유치원 다니는 여섯 살 손자가 그림 한 장을 달랑달랑 들고 오며 말했다. “할머니 밥 남겨서 버리면 안 돼요. 지구가 아파서 땀 흘린대요.” 그 그림이 자꾸 눈에 밟혔다. 유치원 학교 공영방송은 <기후 위기, 지구와 환경>에 관한 캠페인과 교육을 지속적으로 한다. 지금까진 실천해야지 마음으로만 따르고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번 『용기 있는 생활』 실천 메뉴얼를 보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나씩이라도 따라 해 보자고 다짐했다.

들어가는 말에 “거절당할까 불안했지만, 용기를 들고 아파트 알뜰장에 가고 동네 고깃간에도 가고 시장에도 갔다.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상인이 장바구니와 용기를 반겨 주었다. 마음속 용기를 끌어 올리니? 싱크대 안의 용기들이 하나둘 빛을 보았다.” (p8)

이 부분에선 자신감 가득한 얼굴을 하고 발걸음도 가볍게 통통 뛰면서 여기저기 다니는 작가님의 귀여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텀블러 없인 못 살아” (p59)

“용기 여사가 텀블러를 들기 시작한 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나서였다. 이웃 나라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우리가 방사능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중략--- 아이들 잘 먹이고 공부만 시키면 되는 줄 알았던 엄마는 지구

가 오염되면 그 어떤 것도 소용없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5월 마지막 주, 10주간 도서관 글쓰기 수업 <일상을 작품으로, 수필 완성 클래스> 마치는 날! 열다섯 명 수강생은 각자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 오기로 했다. 나는 아침 딸 집에서 빈 통, 손녀가 사용한 수저와 포크, 텀블러를 챙겼다.

김밥집에 가서 용기 여사처럼 빈 통을 내밀며 “여기에 담아주세요.” 교실에 들어가 각자 가져온 음식을 펼쳐 놓는데, 어린 글벗들이 입을 짝 벌리며 묻는다.

“어머, 김밥을 직접 싸 오셨어요?” “그럴 리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 웃으며 화답했다.

젊은이들은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김밥을 접시에 옮겨 담았다. 한입씩 맛본 뒤에는 감탄과 웃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언니 용기에 김밥 담아와서 깜짝 놀랐어요. 앞으론 저희도 재활용품 적극 사용하고 쓰레기도 줄여야겠어요. 하하 ”



























“사실 요즘 김효숙 작가의 『용기 있는 생활』을 읽고 따라 해 봤어. 앞으론 의식있게 행동해야지. 우리 후손 아니 우리를 위해서.” 정겨운 대화가 이어지며 교실 안은 따뜻한 활기로 출렁였다. 나도 오늘 누군가에게 용기 있는 생활을 해 보자고 권했다.


(P91) “황금 보자기의 소박한 변신”

명절날 선물 포장지로 온 애물단지에 “뚝딱 씨” 남편의 손길이 닿았다. “과대한 선물 포장으로 불편했던 황금 보자기가 집 정리의 든든한 조력자로 변신”했다는 부분에선 웃음이 터졌다. 그런 활동을 남편, 가족 구성원 모두 주부의 환경 지킴이 활동에 동참하고 격려하는 가족 모습이 흐뭇하다.

제로 웨이스트 상점, 얼스 호텔, 알맹 상점에 관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들은 적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우리는 지구에 잠깐 머물다 가는 여행객이다. 잠시 빌려 쓰는 이 공간을 깨끗이 사용하고 다음 세대에 흠집 없이 안전하게 넘겨주는 일이 우리의 바카라임이고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우리 지역에 이런 상점이 어디에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조금 멀리 있고 접근하기 어려워서 아쉬웠다.

이렇게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옮기면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를 늦추는 데 힘이 되지 않을까? 5월인데도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비와 오락가락하는 기온으로 감기로 힘들어하는 손주들 걱정이 조금은 줄어들겠지!


(p155)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서전 <희망>에서 “한 사람만 있어도 희망이 피어난다.”라고 말했다. “용기 여사는 혼자가 아니다. 같이 장을 보고 언제나 곁을 내주는 가족이 있고 응원해 주는 글 벗들과 친구들이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결국 희망을 나누는 일이다. 내가 바뀌면 집이 바뀌고 동네가 바뀌고 세상이 조금씩 밝아진다. 용기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그저 한번 해 볼까'하고 꺼내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글을 읽는 우리는 작가가 제시한 방법을 쫓아서 실천만 하면 된다고? 그래서 이 바카라은 읽고 덮어두는 바카라이 아니라, 식탁 가까이에, 가방 속에 넣고 한 번씩 펼쳐보며 따라 하는 생활 지침서 같다. 나도 다 쓴 치약으로 세면기를 번쩍번쩍 닦고, 빈 통을 들고 김밥집에 갔던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조금씩 바꿔 보려 한다.


김효숙 작가님은 큰 소리로 외치지 않는다. 다소곳하게 말하고 묵묵히 실천하는 모습으로 우리를 변화시킨다. 조용히 꾸준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환경운동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고 생각이 떠오르면 기쁘게 행동으로 옮겨줘서 울림이 더 크다. 글이 한 꼭지 끝날 때 마주하는 <용기 여사의 한마디>는 곧바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어렵지 않고 실제 따라 하기 좋은 아이디어, 독자라면 바로 따라 하고 싶은 환경 실천 에세이!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힘은 거대한 결심보다 일상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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