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하얀 집

엄마의 소원

by드망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셨던 부모님.

토끼굴을 파러 가신다며 방학이면 애들 데리고 오라던 아버지.

아버지 말씀대로 신안 안좌도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곳이다.


엄마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신안에서의 삶이었다고 말씀하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5년.

혼자 계시기에는 너무 먼 곳이라 엄마를 모셔왔다.


집안 어디서나 바다가 보이던 언덕 위의 하얀 집

정원이 너무 예뻐서 목포 KBS에서 촬영까지 했던 예쁜 집이었지만 15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폐허가 되었다.


아버지와 살았던 그 집을 너무 그리워하는 엄마가 안타까웠다. 오빠내외와 어버이날 여행으로 엄마를 모시고 갔다 왔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밀림이어서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예쁘게 가꿀 때는 너무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아버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세월은 웃자라고 자체 번식한 나무들로 발을 들여놓기도 힘든 곳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한 달 정도씩 가있겠다는 생각으로 꿈에 부풀었었다.

아무리 헐었어도 조금만 수리하면 지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정원이었다. 나무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너무 빽빽하게 온갖 나무를 심어놓으셨다. 더군다나 정원이 평지가 아니다. 전망 좋은 집이 평생소원이었던 엄마를 위해 낮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까닭이다. 웃자라고 자체 번식한 나무들을 해결할 길이 없었다.


상황을 파악한 엄마는 나무 때문에 안 되겠다고 포기하겠다고 하셨다. 우선은 사람 사서 정리를 해도 계속 자라는 나무는 끊임없이 손질을 해야 한다. 엄마는 이제 그 나무들을 돌볼 힘이 없다는 말씀이셨다. 85세인 엄마가 경사진 정원을 다니며 정원을 가꿀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엄마는 꿈에도 그리던 언덕 위의 하얀 집을 결국 내려놓았다. 갈 수 없어도 마음의 둥지로 안고 있겠다고.


그래도 우리 엄마는 행복한 사람이다,

평생소원이던 꽃과 나무가 가득한, 집안 어디서나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하는 축복을 누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