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웰빙만큼 웰다잉도 중요하다


오직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한 사람이 그렇게 삶을 벗고 이생을 떠났다. 죽음 앞에 서면 사람들은 대부분이 좋은 세상에서 무조건 더 살아야 한다고, 지금 죽는 건 억울하다고 울부짖는다.


맞다. 이생은 아깝다. 한데, 이 아까운 삶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현상에만 집착하느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지는 않나.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허상만 쫓고 있는 건 아닌지..




울산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은 불교계 최초 호스피스 전문병원이다. 이 바카라의 저자는 병원의 설립자이자 총관리를 맡고 계시는 능행스님으로 35년간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들의 곁을 지키고 계신다. 삶의 마지막 여정을 도우며 호스피스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스님이 바라보는 '죽음'은 끝이 아닌 더 아름다운 삶으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바카라은 임종환자 30여 명의 사연이 담긴 내용으로 그들의 마지막을 돌보며 기록한 내용과 호스피스병원을 설립하기까지 고단했던 스님의 여정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사연도 감동이었지만 호스피스병원을 설립하기까지의 여정이 더 인상 깊었다. 열악한 불교계의 현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능행스님이 그 현실을 극복하는 과정은 배울 점이 많았다.



타 종교계의 시설에서 호스피스병원 설립을 기원하며 죽어간 어느 스님의 임종과정은 눈물겨웠다. 능행스님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였고 이후 기도하고 탁발하는 과정 모두는 기적이라 할만했다. 부처님이 능행스님 가슴으로 들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였다.



불교계 신도가 적지 않을 텐데도 불교계의 임종 돌봄 현실이 너무나 열악한 것은 지금도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우리나라 불교의 전래역사를 보더라도 신도수가 적지 않을 텐데 호스피스병원 하나 자립으로 설립하기 어려운 재정난이란 사실이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스님의 의지에는 어려운 고비가 많았지만 지혜로운 인내와 불심으로 천천히 나아가셨다. 영남 알프스자락에 마음에 드는 경매물건이 나와 기뻐하던 것과는 달리 경매물건 금액을 한 달안에 준비해야 했던 촉박감은 스님의 걱정만큼 내 눈길은 어떻게 해결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믿기 어려울 만큼 스님의 의지는 필연성을 가진 인과의 법칙처럼 여러 사람들의 의지로 모아져 기적이 일어난다. 이렇게 설립된 자재병원에서 임종 직전의 환자들의 이야기가 탄생된 것이다.



능행스님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웰빙'만큼 '웰다잉'으로 단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태어날 때처럼 축복받고 존중과 존엄한 가운데 떠나야 한다고 말하신다. 이때 불교라는 종교적 돌봄은 환자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의학으로 해석되는 냉정한 물질계의 진실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죽음에 대한 종교의 해석은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불교는 죽음을 또 다른 삶으로 가는 여정으로 이야기한다.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남아있는 시간의 가치와 의미를 높여주는 것이다.



현대슬롯에서 '죽음'은 삶 속에서 쉽게 거론하기 어려운 금기어로 다뤄진다. 모두가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살아가지만 누구도 죽음을 생각하며 살지 않는 것이다. 나의 친정엄마도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셨다. 우리는 죽음을 단지 관념적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렇게 살다가 죽음을 준비할 골든타임을 놓친 채 차가운 병실 안에서 황망하게 떠나고 만다.



수많은 임종을 본 능행스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과 돈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셨다고 말씀하신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남은 돈을 가져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존엄이나 돌봄은 방치된 가치일 뿐이다. 이들의 삶 속에는 죽음이 지워져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으며 살아야 한다. 우리가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더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함임을 잊지 말자.



초고령슬롯가 된 현대인에게 '임종난민'은 더 이상 어색한 단어가 아니다.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기 어려운 현대주거 환경 속에서 임종 직전의 환자는 사망 선고를 해줄 의사를 찾아 이리저리 거리를 헤맬 위기다. 유치원보다 요양원이 더 많아지는 지금, 호스피스병원의 설립을 무작정 막을 것이 아니다. 또한 그에 앞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생각보부터 갖춰야 한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독서였다.




백 살을 먹어도 삶에 아쉬움이 있고 백 살을 먹어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더라. 이 몸이 더 이상 활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될 때, 우리는 매우 슬기로운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을 충족할 더 뛰어난 몸을 얻기 위한 준비를 하거나, 더 이상 물질세계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쓸 수 없는 것은 놓아버리는 것이 순리이다.




< 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 능행 스님 저 >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