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살아야 한다

분주했던 설명절을 보내며



선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의 생활 속에서 고뇌하고 있는 문제와 비교해 살펴보세요. 자신의 생활 속에서 바로 살펴야지 남이 먹다가 버린 쓰레기통을 뒤지듯 내가 체화하지 않은 채로 남의 깨달음을 뒤지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자기 인생의 문제를 단도직입으로 살펴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면 인생살이가 결코 복잡하지 않습니다.



- 지금 여기 깨어있기 / 법륜스님





긴 설명절 연휴기간 동안 남편의 시외삼촌 두 분이 돌아가셨다. 한마디로 줄초상이 난 것이다. 명절을 앞두고 일정을 비워야 하는 조문객들의 입장은 제쳐두고라도 초상을 치러야 하는 유족들은 얼마나 허망할까. 매년 새해 설날을 우울하게 시작할 테 말이다.



나는 남편의 관상동맥 중재시술(스탠트 삽입) 이후 가급적 장거리 운행에 동행하고 있다. 혹시나 발생할 상황에 대처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 D-day를 앞두고 일자별 준비가 짜여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도저히 함께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체력이 되질 않는다. 하루에 한 건씩 소화하기로 마음먹은 뒤로는 우선 내 몸관리가 우선이 되었다.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응급 시 먹을 '설하정'도 스스로 챙겨 출발했다.



2차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우리는 '마처세대'로 불린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는 의미다. 셀프부양을 해야 하는 우리는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며느리를 맞이해도 부양을 기대하면 안 된다. 고부갈등이란 말은 사치가 된 지 오래다. 오히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며 지낸다고들 한다.



나는 시어머님을 30여 년을 함께 살았고 영면하신 지는 7년이 지나고 있다. 둘째 아들임에도 모시고 싶어 하는 남편의 마음과 시어머님의 결정에 억울했지만 의견을 달지 않았다. 그까지 것 못할 것도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머님은 똑같은 산업전선을 달려도 남편은 평생온라인 게임이고 나는 언제고 때려치울 수 있는 구멍가게로 여기 실만큼 여성의 직업관에 대한 편견이 강하셨다. 나는 시어머님의 편견을 이겨내려고 악을 쓰다시피 온라인 게임을 다녔던 것 같다. 또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결혼 초부터 시작해 끝없이 이어졌던 시집식구들의 뒤치다꺼리였다. 도대체 끝은 있는 것일까, 나는 자주 의심했고 회의감의 대피처로 술을 찾았다.



시어머님이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 같은 사람도 없다'라며 말씀을 내게 들리도록 하셨을 때의 의도를 알고 있다. 그것은 내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고백이기도 했고, 나의 고생했던 시간들이 보상처럼 따뜻한 부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씀이셨을 것이다. 당시 나는 어떤 생각이었나. 아이들이 당연히 나를 보살펴 줄 거라는 기대보다 스스로 자립만 해줘도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아이들에게 부담 주지 않는 노후로 살아갈 준비를 해놓아야 할 텐데 아득한 걱정이 교차했었다.



그렇게 시대는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자리매김한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인식의 한계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처시대'인 나는 억울한가? 그렇지 않다. 골고루 양 시대를 경험한 서사 깊은 시대인이라고 자부한다. 새로운 시대에 빠르게 대처하는 현명한 사람으로 살고 싶고 싶을 뿐이다.



세상의 이해는 기본적인 사실을 냉정히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상은 그 누군가의 계획과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