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막: 추락한 낙원의 기록자

by하필 여행을 떠났다

1. 낙원으로 걸어 들어간 카메라



시간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양의 보석이라 불리는 모리셔스 공항에 내렸을 때, 다큐 사진작가 민호의 가슴은 새로운 피사체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7성급 휴양지 파라다이스 웰니스 리조트〉로부터 단독 취재 허가를 받아낸 것은 그에게 찾아온 거대한 기회였기 때문. 이미 몇 번의 짧은 출장으로 모리셔스의 역사에 큰 흥미를 느꼈던 그였기에 장기 취재요청에 리조트 협찬과 더불어 지원 체류비용까지 받을 줄은 정말 몰랐기에 무척 흥분된 상태였다.

비행기 창문 밖으로 모리셔스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르몽산(Le Morne M.t)이 보이기 시작한다. 직항이 노선이 없기에 20시간이 훌쩍 넘은 긴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민호는 피곤함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공항에 도착하고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리조트에서 연결해 준 현지 가이드 타리크가 팻말을 들고 있었다. 민호는 가이드에게 다가가 가볍게 아는 체를 했다.


“민호님? 반갑습니다! 먼저 호텔로 이동하면 나머지 짐은 저희가 알아서 가져다 놓을 겁니다”


영어가 가능하기는 했지만 타리크는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할 줄 알았다. 요즘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k팝 k드라마 정도는 알지 않은가. 어떻게 한국말을 알게 됐는지는 차차 묻기로 하고 여장을 풀기 위해 차량에 탑승했다.



"웰컴 투 파라다이스, 민호 고객님.
투숙하시는 동안 완벽한 안식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리조트에 도착한 민호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총지배인 마르셀이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중한 매너, 잘빠진 슈트 핏, 그리고 신뢰감을 주는 온화한 미소까지. 마르셀은 완벽한 호텔리어 그 자체였다.


민호는 리조트 측의 전폭적인 협조 아래 카메라를 들고 섬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 하얀 모래사장, 그리고 리조트가 자랑하는 '파라다이스 와인'을 마시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 투숙객들까지. 대기업의 자본이 만들어 낸 지상 낙원의 풍경은 민호의 뷰파인더 안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민호의 날카로운 예술가적 직감에 기묘한 위화감이 걸려들기 시작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투숙객들의 미소는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었고, 웃음소리의 옥타브는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슬픔이나 지루함 같은 인간 본연의 부정적 감정은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는 공간. 보통의 휴양지에서 느껴지는 나른한 휴식과는 결이 달랐다. 그들의 행복은 어딘가 강박적이고, 인위적으로 주입된 것 같은 이질감을 풍겼다.




2. 섬 곳곳의 이상 징후



민호는 리조트 중심부를 벗어나 섬의 외곽과 보이지 않는 이면을 촬영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이상 징후들을 목격했다.

새벽녘, 리조트 후방의 자재 창고 근처를 지나던 민호의 카메라에 기괴한 장면이 포착되었다. 식자재를 나르는 젊은 현지인 직원의 걷어붙인 소매 사이로 끔찍하게 뜯긴 상처와 피멍이 가득했던 것이다. 하지만 직원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기계적인 미소를 띤 채 묵묵히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어느 날 밤에는 야외 바(Bar)에서 술에 취한 한 외국인 투숙객이 보안요원들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건 미친 짓이야! 여기 사람들 다 약 먹고 있는 거라고! 저 미소들이 진짜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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