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 '인생 낙오'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떠난 인도차이나 배낭여행 #1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아지는 나이가 되면서
부쩍 지난날을 추억하는 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내가 살아왔던 흔적을 보여주는 '일지'같은 역할을 한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늘 반복되는 일상적 상황들은 그냥 한 덩어리로 압축해서 저장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 모든 것이 신기하던 시절에는
하루가 무척이나 길었지만
나이 들면서부터는 1년이 하루처럼 지나가는 이유다.
그래서 여행은 타임머신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물리학에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었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인종, 다양한 사건과 만난 사람의 시간은
압축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간다고 나는 믿는다.
서른두 살이라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얻게 된
'인생 낙오자'라는 주홍 글씨.
찰거머리처럼 들러붙는 패배감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여행의 힘이었다.
내가 모르는 장소, 내가 모르는 사람, 내가 모르는 냄새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바꾸어 놓았다.
평소 INFJ 알파벳 4글자로 표기되는 성격마저도
여행을 할 때는 ENFP로 바뀔 정도.
쫄딱 망한 김에 세계일주
그 첫 번째 목적지는 인도차이나 반도였다.
태국 방콕에서 시작해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그리고 다시 태국 치앙라이로 이어지는 20여 일의 배낭여행.
대만 국적기 '에바 항공'을 타고 태국의 수도 방콕으로 향한다.
당시 내가 꽤나 넉살이 좋았나 보다.
비행하는 동안 승무원들과 친해져서 함께 사진까지 찍은 걸 보면.

태국에서 배낭여행을 해보고 싶다면 카오산 로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가성비 좋은 숙소와 저렴한 현지 여행사들이 많기 때문.
영어가 원활하다면 현지 친구나 외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카오산 로드의 명물 중의 하나가 바로 '스트릿 푸드'다.
싸고 맛있는 음식들이 정말 많다.
태국 방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투어 코스가 바로 수상 시장이다.
너무 유명해서 식상할 정도.

수상 시장에서도 친구들을 사귀었다.
점심 식사를 하던 현지 가족들과 어울려 사진 한 컷!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스라엘에서 왔다는 건 기억나는 친구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방콕에서 짧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향한다.
방콕에서 버스를 타면 8~9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
내가 올린 21년 전 사진들을 보며
"이런 사람이 INFJ라고? 말이 돼?"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니 어쩌겠나.

결혼 이후 가족여행만 20년 가까이 다니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은...
가족들을 챙기느라
현지 친구들을 사귈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엔트제(ENTJ) 그녀와 아들내미가 아빠의 사교성을 오지랖으로 생각한다는 것도 걸림돌.
하지만
2026년 3월 인도네시아 플로렌스 지역을
20여 년 만에 혼자 여행하면서
'친구 만들기'에 대한 그동안의 목마름을 일부 해결할 수 있었다.
가족이라도 여행 스타일은 다를 수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