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디자인이 나왔다

제목이 정해지고 20일, 마침내 받아본 첫 표지

by박승일









어느 날 무심코 서점에 들렀다. 꼭 바카라을 사려던 것은 아니었다. 약속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고, 그냥 볼만한 바카라이 있으면 구경이나 할 생각이었다. 서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베스트셀러 코너가 보였다. 많은 사람이 이미 선택한 바카라들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잠시 둘러보다가 발길을 옮겼다. 오늘은 남들이 이미 인정한 바카라보다 내가 보고 싶은 바카라 한 권을 직접 찾아보고 싶었다. 신간 코너로 갔다. 수십 권의 바카라이 빼곡하게 놓여 있다. 제목도 제각각이고 색깔도 달랐다. 그중 한 권에 손이 갔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하필 이 바카라을 집었을까?’


지금 상황은 내가 서점에서 바카라을 고를 때를 상상해 봤다. 결국 바카라의 내용을 만나기 전에 디자인을 먼저 보고 바카라을 고른다는 결론이다. 물론 전적으로 내 기준이다. 다른 사람들은 바카라을 고르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런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표지는 바카라을 펼치기 전에 만나는 첫인상이었다. 제목을 읽으면 그때부터 생각이 시작된다. ‘무슨 내용이지?’, ‘작가는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하고 머리를 쓰게 된다. 하지만 표지는 그보다 빠르다. 눈이 먼저 반응한다. 그래서인지 바카라을 직접 출간하게 되면서 표지가 자꾸 신경 쓰였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라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미 많은 독자를 가진 작가라면 이름 자체가 바카라을 선택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처음 바카라을 내는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이다.


서점에 내 바카라이 놓인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박승일’이라는 이름은 낯설 것이다. 경찰관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바카라을 집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러니 처음 몇 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하나 있었다.


‘역주행.’


바카라을 준비하면서 생각해 보니 이보다 멋진 말도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바카라이 한 사람, 두 사람에게 읽히고, 그 사람들이 주변에 권하고, 독후감을 남기면서 어느 순간 다시 주목받는 것. 제목이나 표지보다 결국 내용의 힘으로 뒤늦게 독자에게 발견되는 바카라.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내 바카라에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곧 현실적인 생각이 따라온다.


‘그게 나한테 가능할까?’


솔직히 자신은 없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글을 썼다고 해도 독자들은 내가 있었던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았다. 내가 순찰차에서 내렸던 그날의 날씨를 모른다.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가며 느꼈던 긴장감도 모른다. 길을 잃은 어르신의 표정도, 가족을 기다리던 사람의 눈빛도 직접 보지 못했다. 경찰버스 안의 답답한 공기도 모른다. 독자는 오직 내가 써놓은 문장만으로 그 모든 것을 상상해야 한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라면 그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내가 본 장면의 절반이라도 독자에게 전달될까. 내가 느꼈던 감정을 독자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까.


바카라을 출간할 날이 가까워질수록 그런 생각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내 바카라이 ‘역주행’할 가능성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나 자신을 잘 알고 있기에 오히려 제목과 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서점에서 우연히 지나가던 누군가가 한 번쯤 멈춰서 바라봐 주었으면 했다.


‘이건 무슨 바카라이지?’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 한 번의 궁금증이 바카라을 집어 들게 하고, 바카라장을 펼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제목과 달리 표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그리고 있는 유화 그림을 표지에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하지만 금세 접었다. 글도 아직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데 그림까지 내세울 자신은 없었다. 출판사에도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결국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디자이너가 내 원고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줄지 아무것도 모른 채 말이다. 바카라 제목이 정해진 뒤 20여 일이 흘렀다. 그동안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


‘아직인가?’


가끔 궁금했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표지 디자인이 완성됐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몇 달 동안 내가 보았던 것은 한글 파일과 교정지뿐이었다. 아무리 수백 페이지를 고치고 제목을 정해도 여전히 ‘원고’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표지가 완성됐다는 말을 듣는 순간 처음으로 실감이 났다.


‘진짜 바카라이 되는구나.’


파일을 열어봤다.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금 놀랐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달랐다. 그런데 싫어서 놀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이걸 어떻게 알았지?’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디자이너에게 별도로 이런 그림을 넣어달라거나, 이런 분위기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표지에는 내가 바카라을 쓰면서 말하고 싶었던 어떤 의미가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우연인가 싶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아마 디자이너도 원고를 읽었을 것이다. 수백 페이지 속에서 내가 반복해서 이야기했던 사람과 현장, 그리고 그 안에 담고 싶었던 마음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제야 제목을 정하고 표지가 나오기까지 왜 20여 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한 권의 바카라을 만드는 과정에서 디자인 역시 단순히 겉을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었다. 수백 페이지의 이야기를 한 장에 압축하는 또 다른 작업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완성된 표지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 아껴두고 싶다. 바카라마다 출판 과정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제목이 결정된 뒤 약 20일이 지나 표지가 완성됐다. 그리고 이제 곧 인쇄에 들어간다. 아마 추석 전에는 인쇄가 시작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2주 정도 뒤에는 컴퓨터 화면이 아니라 실제 종이로 된 내 바카라을 손에 쥐게 된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다. 1년 넘게 글을 준비했고 수없이 고쳤는데, 아직 내 손에는 바카라이 없다. 지금까지 내가 가진 것은 파일뿐이었다. 그 파일이 이제 종이가 되고, 표지가 씌워지고, 한 권의 바카라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그날 처음 바카라을 받아 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표지 시안을 처음 열어봤을 때 느꼈던 한 가지 감정만큼은 분명하게 기억한다.


‘이제 정말 내 손을 떠나는구나.’


그리고 표지에는 내가 처음 보았을 때도 곧바로 알아채지 못했던 작은 의미가 숨어 있다. 왜 이런 그림이 들어갔는지, 왜 이 모습이어야 했는지 하나씩 들여다보다 보니 그 안에서 내가 지난 시간 동안 써온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글에서는 드디어 바카라 표지를 사진과 함께 공개하려 한다. 그리고 표지 속에 숨겨진 이야기도 함께 풀어보려고 한다. 어쩌면 한 권의 바카라을 읽는 일은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그 바카라의 얼굴을 처음 바라보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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