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작은 불씨
이성두 시인의 별꽃은 피고 지고를 읽으며
4부
작은 불씨
전진식
@@@
구애
새벽 고양이 울음에
소쩍새 한 마리 따라 울고
입술 붉히는
매화
어둠이
붉다
***[구애]는 짧은 시입니다. 그러나 짧다고 해서 단순한 시는 아닙니다.
네 개의 이미지가 놓여 있고, 그 사이를 독자가 상상력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본능이 있고 꿈을 꾸고 있습니다
[구애p100]
제가 이 시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생명의 소리에서 시작해서 꽃의 색채를 거쳐 어둠이 붉은 색깔로 끝나는 감각의 변화입니다.
처음에는 소리가 있습니다.
[새벽 고양이가 울음에
소쩍새 한마리 따라 울고]
이 울음 소리는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임을 그리는 고양이나 소쩍새의 울음은 본능입니다. 물론 시인의 절박한 가슴도 본능이라는 것이 꿈틀거리고 있겠지요
이 본능이라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새벽을 깨우는 이 애절한 고양이와 소쩍새의 울음들을 듣고 시인도 함께 울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서 10년 수절의 어느 과수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새벽을 깨우는 이들의 울음소리에 그녀는 창문을 열고 속살거리는 달빛의 울음소리도 들었다고 합니다. 달빛은 그녀의 가슴에서 부서지고 그녀는 온 밤을 뒤척이다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골목골목을 고양이를 찾아 헤메다가 멀리로 소쩍새가 우는 산을 봅니다.
그리고는 맨발이 되어 산 속으로 숨어들어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인은 지난 여름날 매미의 간곡한 울음소리에도 가슴을 다 태워버렸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나타납니다.
둘째 연에서 '
[입술 붉히는
매화]
매화가 입술을 붉힙니다.
이건 또한 무엇입니까?
'입술 붉히는 매화'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봅니다. 꽃잎이 마치 여인의 수줍게 붉히는 입술처럼 보입니다. 매화의 꽃잎을 여인의 입술에 비유한 시인의 입술도 가늘게 떨고 있었지만 시인은 여인의 입술을 보고 만 있습니다.
어떤 행위도 없이 매화의 꽃잎 앞에서 수줍음일 수도 있고, 설렘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일 수도 있는데. 그러나 시인의 인내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시인에게서는 낮선 성에 대한 교감이 되었지만 그의 눈빛도 젖은 매화의 입술이 되어 떨고 만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점이 흥미롭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이 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로 생각하면서
'붉은 여인의 입술'.
그리고 '젖은 시인의 눈빛'.
저는 그 침묵을 보고 있습니다.
앞 연의 고양이 울음과, 소쩍새 울음과 연결하면 이는 시인의 가슴에 불을 붙이는 시작이었다가 이 매화는 사랑의 부름을 표하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소리로 시작한 구애가 색채와 움직이는 몸짓으로 옮겨 온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인은 매화가 왜 여인의 입술이 되어 붉게 타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고 사랑에 빠져 본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혼자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마지막 연을 봅니다
[어둠이 붉다]
앞서 언급한 고양이의 울음과 소쩍새의 울음에 붉은 여인의 입술이 등장하면서 시인은 붉은 밤을 태우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서 나의 詩 한구절을 떠올려 봅니다
<태우고
또 태우고
모두 태워 버렸다
미친 사랑
하얗게 재만 남았다>
詩 <연탄>중에서
물론 미친사랑 보다도 더 간절한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어둠 자체는 위의 것들로 하여 붉게 달아오른 시인의 몸부림으로 보입니다, 인내하면서도 태우고 또 태우다가 새벽이 밝아 오면서 어둠 속에 타오르던 붉은 기운이 모두
하얗게 재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둠이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열기
고양이의 울음소라와 소쩍새의 울음소리,
작은 꽃의 붉음이 어둠 전체를 붉음으로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붉음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인의 사랑을 생각했습니다.
과수댁의 속살거림은 활화산이 되어 울음마져도 붉게 타오르다가 산 속으로 숨어 버렸는데 밤을 붉게 불태운 시인의 가슴은 갖힌 사각의 방 안에서 간절한 무엇을 토하고 있었을까요?
유혹의 울음소리,
붉은 꽃,
불타는 여인의 입술,
붉은 밤.
정절의 10년은 활화산이 되어,
이 시의 시제는
'구애'입니다.
@@@
채굴
시간이 온다
그는 시계의 한 조각을
오전에 묻는다
소문은 거품처럼 부풀고
돈과 사랑과 문학은
광맥처럼 번쩍인다
반짝이는 눈들이 몰려들고
채굴꾼들은 허공에 곡괭이를 찍는다
흩어진 탄성들이
금빛 비늘처럼 떠돈다
누군가 불붙은 조각 하나 캐내면
줄줄이 그림자들이 엉킨다
천장이 무너진다
눈물 같은 보석
뚝
뚝
<시인의 시선>
[채굴p103]
시인은 인간의 욕심을 광산에서 광물을 캐내는 모습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돈과
사랑과
문학을 접하는 인간의 욕심입니다.
[돈과 사랑과 문학은
광맥처럼 번쩍인다]
이 대목이 시의 중심이 되면서 돈과 사랑과 문학까지 욕망의 대상이 되어 번쩍이고 있습니다.
힘과 권력 여인의 사랑까지 얻어내고 이제는 문학까지
순수한 창작의 세계에 두지 않고 인간의 욕망의 대상으로 꼽고 있습니다
물론 문학을 향한 열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의 장러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문제는 문학으로하여 자신을 돋보이려는 인간들의 욕망이 어디까지 치닫느냐에 있습니다.
[시간이 온다
그는 시계의 한 조각을
오전에 묻는다]
1연은 [시간이 온다]라는 짧고 명료한 선언으로 시의 도입부가 됩니다
시간은 피할 수 없이 다가오는 거대한 흐름이자 운명입니다. 이어지는 "그는 시계의 한 조각을 오전에 묻는다"라는 구절은
시계를 분해하여 그 '한 조각'을 땅에 묻는 행위는, 마치 결실을 바라며 씨앗을 심는 행위를 떠올리게 합니다. 시인은 추상적인 개념인 '시간'을 시계의 한 조각이라는 물질적 대상으로 전환하여, 다가오는 시간에 인상적인 이미지를 이야기 하고져 합니다.
[반짝이는 눈들이 몰려들고
채굴꾼들은 허공에 곡괭이를 찍는다]
눈들이 반짝인다? 욕망을 탐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광맥이 있는 곳에는 돈이 있기 마련이고 돈을 벌기 위한 사람은 소문에 소문으로 여기저기서 몰려듭니다.
그러나 그들이 곡괭이를 찍는 곳은 땅속의 광맥이 아니라 허공입니다.
땅속에 묻혀있는 보물.
사람들은 소문만으로 보물의 실체가 땅속에 있다고 확신하며, 확실하지 않은 것을 좇아 다니는 허황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학을 예로 들면, 좋은 작품을 쓰는 일보다 문단의 인정이나 명성, 문학상과 같은 외적인 성과에 더 마음을 빼앗기는 상황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가 문단의 현실만을 비판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돈과 사랑, 명예를 좇는 인간들 모두의 모습은 같은 모습으로 점을 찍습니다.
[천장이 무너진다
눈물 같은 보석]
이 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보석은 채굴꾼들이 그토록 원하던 대상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얻는 순간 천장이 무너집니다.
보석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욕망의 세계가 결국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보석이 기쁨이나 환희가 아니라 아픔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석은 성공의 상징일 수도 있지만, 그 성공의 이면에 감춰진 고통과 허무와 배신과 전투의 상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의
[뚝
뚝]이라는 의성어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굴속의 무너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일 수도 있고,
보석을 캐는 과정에서 힘들게 얻어 낸 결실의 눈물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마지막 두 음절은 시를 설명으로 끝내지 않고 여운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총괄적으로 이 시를 보면서
저는 이 시는 욕망 때문에 비극을 얻는다는 인간의 허무한 삶에 관한 시라고 읽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글을 쓰는가?
작품으로하여 우리는 무엇을 얻으려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