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으로 부서지는 별빛을 보았다
이성두 시인의 시집 [별꽃은 피고 지고]를 읽으면서
시인: 전진식
그 남자의 5번째 시집
[별꽃은 피고 지고]
시집을 받아들고 나는 한참을 동굴 속으로 걷고 있었다
별꽃이 무엇일까?
"차창 앞으로 부서지는 빗방울의 파편을 보았단다"
그의 말이다
아름다운 꿈이 모두 부서지고 있다는데,
그의 삶이 닫힌 생활이라는 것일까?
내면 깊숙히 움추린 그와의 밀어는 새삼 별빛이 되었고 반딧불이가 어둠을 밝히는 들녘을 헤메어 보기로 한다
1부에서
그는 [분홍 옹알이]를 이야기 한다
[낯선아이 p10]를 살펴보자
1.「낯선 아이」
이성두
문득 흙냄새가
올라오는 날이 있다
손에 쥐면
금세 사라질 것 같은 날
사진 한 장
아이 하나 서 있는데
낯설어
끝내 말을 붙이지 못한다
골목이 있던 자리엔
바람만 지나가고
누가 부르던 소리 하나
허공에 남아
자꾸 돌아보게 한다
몇 장 안 되는 사진이
서로 기대어
빛을 견디고 있다
나는 그 곁에서
자꾸 늙는다
이름 하나
입 밖으로 나오려다
말끝에서 젖는다
<나의 시선>
[문득 흙냄새가
올라오는 날이 있다]
[흙냄새]가 詩의 첫연에 등장한다
이는 인간 태초의 고향을 이야기하며 서두를 이끄는데 다음연에서 시인은 낯선 아이를 대입시킨다
[사진 한 장
아이 하나 서 있는데
낯설어
끝내 말을 붙이지 못한다]
시인은 사진 속의 아이를 통해 지나간 시간과 기억, 그리고 늙어 가는 자신을 보고있다
사진 앞에 선 시인의 묘한 감정이 보인다
[골목이 있던 자리엔
바람만 지나가고
누가 부르던 소리 하나
허공에 남아
자꾸 돌아보게 한다]
여기서는 시인은 옛날을 회상하고 있다. 사라진 골목과 남아 있는 소리로 날리고 있다.
[이름 하나
입 밖으로 나오려다
말끝에서 젖는다]
시인은 눈물 대신 말끝이 젖는다고 한다.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이다
이 詩에서 시인은 사진과 기억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통해 자신이 늙어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속의 낯선 아이?
누구인가?
어린시절의 자신을 보면서
세월 앞에 무력해진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2 [화로 p16]
「화로」
서리 낀 문창살 너머로
붉은 기운 뉘엿뉘엿 넘어올 때
어느덧 시린 속은
뜨거운 허기로 일렁인다
한 잎 두 잎
비단 저고리 개어 올리듯
연둣빛 고요 위에
매운 불꽃 켜켜이 쟁여 넣으니
동지섣달
꼬르륵, 긴 밤도 서러울 게 없지만
눈사람 가슴에 불을 지핀
건
달 끝에서야 보이는
붉고 알싸한 그리움이었나 보다
우리 엄니
고무장갑 낀 손으로 건네던
그 뜨거운 입맛
이제는 마르고.
<나의 시선>
「화로」에 담긴 어머니의 온기
시인의[화로]는 화로라는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겨울의 추위와 허기,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내는 작품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시에서 화로는 단순한 난방 도구가 아니다. 차가운 겨울을 견디게 해 주는 온기이자, 가족의 기억과 어머니의 사랑이 깃든 공간이다.
[서리 낀 문창살 너머로
붉은 기운 뉘엿뉘엿 넘어올 때
어느덧 시린 속은
뜨거운 허기로 일렁인다]
첫 연은 시각적인 이미지와 신체적인 감각을 함께 사용했는데
‘서리 낀 문창살’은 겨울의 차가움을 보여 주고, ‘
붉은 기운’은 화로 속 불빛을 연상 시킨다.
그런데 다음 연에서
‘시린 속’과 ‘뜨거운 허기’가 대비되면서 추위와 배고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허기를 단순히 배고픔으로 표현하지 않고 ‘일렁인다’라고 한 점이다.
허기가 마치 불꽃처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잎 두 잎
비단 저고리 개어 올리듯
연둣빛 고요 위에
매운 불꽃 켜켜이 쟁여 넣으니]
여기서 [불꽃을 개어 넣는다]는 표현
이 부분은 시인의 언어적 감각이 잘 드러내고 있다
‘한 잎 두 잎’은
무엇인가를 조심스럽게 쌓아 올리는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어지는 ‘비단 저고리 개어 올리듯’이라는 비유는 화로에 불을 지피는 행위에 섬세한 모양을 표출하고 있다.
불을 피우는 일이, 옷을 정성스럽게 개어 놓는 일처럼 묘사되고
붉은빛과 열기가 정적인 풍경으로 생동감을 얻는다
[동지섣달
꼬르륵, 긴 밤도 서러울 게 없지만]
‘동지섣달’은 추위와 긴 밤을 불러오는 말다.
그런데 ‘꼬르륵’이라는 의성어가 들어오면서 시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배고픈 허기의 감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데
이 표현은 가난하고 추운 겨울이라도 화로가 있고, 그 주변에 온기가 있다면 긴 밤을 견딜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눈사람 가슴에 불을 지핀
건
달 끝에서야 보이는
붉고 알싸한 그리움이었나 보다]
이 부분이 시의 "포인트"이다
눈사람은 차가움과 겨울을 이야기 하면서 가슴에 불을 지핀다
무엇일까?
차가운 존재와 뜨거운 불이 역설적인 이야기로 시인은 그것을 ‘붉고 알싸한 그리움’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그리움에는 따뜻한 추억과 함께 아픔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엄니
고무장갑 낀 손으로 건네던
그 뜨거운 입맛
이제는 마르고.]
마지막 연에 이르러서야 그리움의 실체가 보이는데
"어머니"이다.
앞에서 화로와 허기, 불꽃과 그리움으로 이어지던 이미지가 마지막에 어머니의 손길로 모이고 있다.
마지막의 ‘이제는 마르고’는 과거에는 뜨거웠던 것이 이제는 말라 버렸다는 것으로 어머니의 부재를 이야기하고져 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3. [빈칸 p25]
빈칸
월촌역 7번 출구 스타벅스
월요일의 남자와
차 한 잔 비우고
잃어버린 말들
서로의 빈칸에 끼우면
시간도 꽃잎에 젖는다
창밖 이팝꽃
한창이고
말하지 않은 여백까지
가만히 채워진다
내 안에 오래 잠들어
잊고 있었던 단어
차 한 잔
다 비우고 나면
어느덧 채워진
빈칸 하나
<나의 시선>
나와의 사연이라서 과감히 한마디
먼저
ㅡ비워야 채워지는 것들ㅡ
비우고 채우고 또 비우고 또 채우고
우리들 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는 남쪽에 있다가 어느새 서쪽 커턴을 내리고
[빈칸]은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상적인 만남을 통해 월요일의 남자와 소통을 하면서 마음의 회복을 그린 詩가 되네요.
제목인 ‘빈칸’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 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잊어버린 말,
표현하지 못한 감정,
생각,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겨진 거리까지 포괄하는,
재미있는 것은 우리 두사람은 빈칸을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차를 마시고,
잃어버린 말을 나누고,
침묵을 함께하는 동안 빈칸은 어느덧 다시 채워지고 있지요.
시어를 감상하며 잠시 뒤척여 봅니다
[월촌역 7번 출구 스타벅스
월요일의 남자와
차 한 잔 비우고]
첫 연은 우리가 만나는 장소입니다.
월촌역 7번 혹은 8번출구 스타벅스 찻집의 지정된 자리는 서쪽 창가가 되지요
이어지는 ‘월요일의 남자?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겠지만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을겁니다.
그는 누구일까?
시인은 우리 관계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두 사람이 차 한 잔을 비웠다는 사실만 전하는데 여기서 ‘비우고’라는 동사가 중요합니다.
차를 마시는 우리는 마음속에 쌓인 무언가를 내려놓는 행위로 서로의 눈을 보며 희죽거리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말을,
생각을,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비밀스런 언어들.
이런 것들은 즐거움이 되고
이 모든 것들이 서로의 빈칸을 채움니다
[시간도 꽃잎에 젖는다]
신비로운 것에 대한 언어들이 꽃잎을 일깨우고
뜨거운 입김을 날려 꽃잎을
뒤척이게 하면서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빈잔 속으로 숨어들고 우리는 또 동굴 속으로 박쥐의 행적을 쫒아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기도 합니다.
찻잔 속에 꼭 꼭 다져넣는 비밀스런 우리들의 이야기
나비는 이꽃 저 꽃 꽃잎의
향기를 찾습니다
시간은 원래 젖어 있어야 생기가 돋고 이슬에 젖어 아침햇살에 뒤척이는 꽃잎을 봅니다
[창밖에 이팦꽃도 한창이고]
이팝꽃만이 아니지요
라일락이 피는 교정도 있었구요
현관 앞에는 자새 벗꽃도 피었지요
국화향기 가득한 창가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발걸음도 보입니다
[말하지 않는 여백까지
가만히 채워진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의 대화 같은 것으로 시선은 다시 두 사람의 내면으로 돌아옵니다.
‘말하지 않은 여백’
이 시에서 중요한 표현이네요
굳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을 뜻 할까요
우리는 처음에는 차 한 잔을 비우지만 마지막에는 빈칸 하나가 채워집니다.
[빈칸]에서 가장 좋은 구절을 찾아 보겠습니다 .
1잃어버린 말들
2서로의 빈칸에 끼우면
3시간도 꽃비에 젖는다
이 시에서 빈칸은 단순히 비어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서로에게 채움이 되는 빈칸입니다.
***다음에는
2부
달맞이 꽃 피는 밤에를 살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