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한 폭에는 눈이 내린다
흑백사진 속에는
전 진식(田塵)
낡은 초가의 마당
지게 위에는 나뭇단이 얹혀 있고
툇마루에 앉아
바짓가랑이를 접고 있는 노인
가뭄에 물 대기를 하고
윗 논에서
아랫 논으로 물꼬를 트고
하늘을 쳐다보는 땀방울이 말갛게 빛난다
역사驛舍의 처마 끝에 매달려 매미소리가 한가롭고
하루 두 번 다니는 열차를 기다리다가
잠이 든 아낙 옆에
숫자 몇 개가 걸려있는 안내판은 색깔도 없이
흑백 사진 몇 컷이 담긴 풍경이 있다
''사는 거 복잡할 게 없잖아''
흑과 백
동양화 한 폭에는 눈이 내린다
ㅡ시작노트ㅡ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
온통 시꺼러운 것 뿐이고
싸움질이다
눈을 감는다
옛적
농사를 지으시던 우리들의 아버지
이웃집 논에 물을 돌려 주시고 땅방울을 훔치시며 담배 연기가 하늘로 오른다
열차를 기다리는 촌락 사람들
기차가 아무리 연착을 해도 말없이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이 있다
ㅡ꼬인 실처럼 톨톨 말려서
진짜와 가짜가 구분 되지 않는
요즘 세태ㅡ
ㅡ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 잘난 사람들이구ㅡ
ㅡ국민들 선동에 싸움 소리가 씨끌벅쩍ㅡ
아ㅡ
눈이라도 와서 세상을 확 덮어 버리면 좋겠다
흑백이 분명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